의료기관별 고가 약품비 비중 구분 종합전문병원 종합병원 병원 % 69.90 59.11 69.77
또 이로 인한 국민 의료비 부담 가중과 의료재정 압박도 심각한 수준이다.
9일 국내 제약업계에 따르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생산을 독점하고 있는 다국적 외국제약회사들은 매출액이 1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나는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국내 중소 제약회사는 생산품목을 건강식품이나 영양제로 돌려 탈출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고가 의약품 사용 실태〓개원의들은 의약분업 이전에는 단가가 낮지만 마진 폭이 큰 ‘카피 약’을 처방해오다 의약분업 이후 조제에 따른 이익이 없어지자 특허권 때문에 값이 비쌀 수밖에 없는 ‘오리지널 약품’ 위주로 처방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n피부과 원장은 “의약분업 이전에는 한 알에 50원짜리 무좀약을 처방했으나 최근에는 1500원짜리를 처방하고 있으며 어떤 곳에서는 3500원짜리를 처방하는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일이 생기는 이유로 “환자들이 성능이 거의 비슷한 카피 약을 외면하고 오리지널 약을 선호하는 데다 약국에서도 고가품을 팔기 위해 값싼 약을 처방하는 의사를 ‘실력 없는 의사’로 매도하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제약사 동향〓의약분업 실시에 따른 약품 수요가 크게 늘어나 제약업계의 전체 매출은 평균 20%가량 늘어났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한국MSD는 2000년 매출액은 400억원이었으나 2001년 무려 1120억원으로 급신장했다. 최근 들어 다국적 제약회사는 국내 제약사에 넘겨주었던 라이선스를 회수해 직접 생산 판매함으로써 국내 시장을 더욱 공략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국내 제약회사 중 외국 회사와 제휴해 오리지널 품목을 갖고 있는 회사 역시 재미를 보고 있다. 한 대형 제약회사의 관계자는 “과거 병의원을 상대하던 시절에 비해 최근 약국을 상대하면서 현금 결제 실적이 좋아져 빌딩을 신축할 정도로 재무상태가 좋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체 신약이 없는 중소형 제약사는 약품 생산라인을 아예 건강식품 또는 영양제 주사 등 비제약부문으로 돌리는 등 생존을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비 압박〓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의 한 관계자는 “급여비의 20%가량이 ‘고가의약품 거품’에 따른 비용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월간 급여비 1조2000억원 규모를 고려해볼 때 매달 2400억원 이상이 고가의약품 처방 관행 때문에 의료재정을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또 환자 부담금까지 고려할 때 국민 의료비에 끼치는 영향은 천문학적 규모다.
보건복지부는 비슷한 효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저가인 약품을 처방할 경우 인센티브(10%)를 지급하도록 유도하고, 대체조제가 가능한 약품을 확정하기 위해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을 추진하고 있으나 의료계의 외면으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