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구속된 적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홍보성 기사’와 ‘금품수수’가 직접 연관돼 기소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이씨가 기소되면 ‘대가성 보도’에 관한 첫 판례가 만들어지는 셈.
검찰이 구속영장에서 밝힌 이씨의 혐의는 2000년 1월 이후 윤씨에게서 패스21과 관련해 기사를 잘 써달라는 청탁과 함께 패스21 주식 1400주(당시 시가 1억7800만원 상당)와 현금 1200만원을 받았다는 것.
검찰은 이씨에 대해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방침이다. 형법 357조 1항에 규정된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해당된다. 쉽게 말하면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의 뇌물수수를 처벌하기 위한 조항이다.
97년 서울지검의 학원비리 수사 때 한국교육방송원(EBS) 간부들이 방송교재 선정과 관련해 출판사 관계자들에게서 금품을 받은 행위에 대해 배임수재가 적용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
검찰은 일반인이라 하더라도 ‘직무의 청렴성’이 요구되므로 기자가 ‘업무’(보도)에 관해 부정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다면 그 업무에 대한 ‘배신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이씨의 변호사는 “홍보성 기사를 써주고 돈을 받았다면 배임수재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이씨의 경우에는 일단 일상적인 업무수행 차원에서 기사를 보도했으며 그 후에 보도와 직접적인 관계없이 주식을 취득해서 쟁점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법조인들은 이씨 사건이 앞으로 언론인의 직업윤리와 법적 책임에 대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기자가 돈을 받고 기사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경우에 대해 배임수재죄가 적용돼 유죄판결이 난 적은 있지만 홍보성 기사에 대한 대가로 돈을 받은 경우에 대한 판례는 아직 없는 것 같다”며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99년 8월에는 중앙일보 경제부 K기자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 주식을 사들여 4억여원의 매매차익을 거둔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적용된 혐의는 증권거래법 위반.
또 93년 9월에는 일요신문 발행인 P씨가 기업의 비자금 조성 등 경영비리를 다룬 기사를 신문에 게재한 뒤 이를 삭제해 달라는 기업체 간부에게 “신문 전량을 구매하라”고 강요, 18만부를 팔아 넘겼다가 형법상 부당이득죄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