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게이트 연루 前기자 배임수재혐의 적용'대가성보도' 인정 여부

  • 입력 2002년 1월 9일 18시 19분


‘윤태식(尹泰植) 게이트’와 관련해 전 매일경제신문 기자 이계진씨가 구속됨에 따라 기자의 ‘직업윤리’ 문제가 법의 심판대에 올려지게 됐다.

기자가 구속된 적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홍보성 기사’와 ‘금품수수’가 직접 연관돼 기소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이씨가 기소되면 ‘대가성 보도’에 관한 첫 판례가 만들어지는 셈.

검찰이 구속영장에서 밝힌 이씨의 혐의는 2000년 1월 이후 윤씨에게서 패스21과 관련해 기사를 잘 써달라는 청탁과 함께 패스21 주식 1400주(당시 시가 1억7800만원 상당)와 현금 1200만원을 받았다는 것.

검찰은 이씨에 대해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방침이다. 형법 357조 1항에 규정된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해당된다. 쉽게 말하면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의 뇌물수수를 처벌하기 위한 조항이다.

97년 서울지검의 학원비리 수사 때 한국교육방송원(EBS) 간부들이 방송교재 선정과 관련해 출판사 관계자들에게서 금품을 받은 행위에 대해 배임수재가 적용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

검찰은 일반인이라 하더라도 ‘직무의 청렴성’이 요구되므로 기자가 ‘업무’(보도)에 관해 부정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다면 그 업무에 대한 ‘배신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이씨의 변호사는 “홍보성 기사를 써주고 돈을 받았다면 배임수재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이씨의 경우에는 일단 일상적인 업무수행 차원에서 기사를 보도했으며 그 후에 보도와 직접적인 관계없이 주식을 취득해서 쟁점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법조인들은 이씨 사건이 앞으로 언론인의 직업윤리와 법적 책임에 대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기자가 돈을 받고 기사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경우에 대해 배임수재죄가 적용돼 유죄판결이 난 적은 있지만 홍보성 기사에 대한 대가로 돈을 받은 경우에 대한 판례는 아직 없는 것 같다”며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99년 8월에는 중앙일보 경제부 K기자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 주식을 사들여 4억여원의 매매차익을 거둔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적용된 혐의는 증권거래법 위반.

또 93년 9월에는 일요신문 발행인 P씨가 기업의 비자금 조성 등 경영비리를 다룬 기사를 신문에 게재한 뒤 이를 삭제해 달라는 기업체 간부에게 “신문 전량을 구매하라”고 강요, 18만부를 팔아 넘겼다가 형법상 부당이득죄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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