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맞아 외국인 관광객이 대거 입국하면 에이즈 보균자들의 입국 가능성도 높아져 이들과의 성 접촉을 통해 국내에 에이즈가 급속히 확산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외국인 에이즈 보균자들의 입국을 차단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관련 단체들과 함께 윤락가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에이즈 예방을 위한 홍보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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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를 위해 올해 에이즈 관련 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특별예산 10억원을 추가로 편성했다.
▽에이즈 확산 우려〓월드컵 조 추첨 이후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최근 윤락가를 찾는 외국인도 자주 눈에 띄고 있다.
7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윤락가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 H씨(34)는 “이 곳은 일본 잡지에도 많이 소개돼 잘 알려진 관광코스”라며 “20, 30대 젊은 남성들은 한국을 찾으면 한 번 정도는 윤락가를 찾는다”고 말했다.
매일 10여명의 외국인이 찾던 서울 성북구 미아리 윤락가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20%가량 외국인 손님이 늘었다.
윤락 포주 김모씨(50)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도 외국인 손님이 상당히 많았는데 올해도 비슷할 것”이라며 “이들 중 에이즈 보균자가 있을 수 있어 윤락녀들에게 외국인을 상대할 때는 꼭 콘돔을 사용하도록 당부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93년 323명이던 국내 에이즈 감염자가 99년 1061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난 것은 서울올림픽 때 외국인 보균자에 의해 퍼진 에이즈 바이러스가 잠복기를 거쳐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당국의 대응〓문제는 에이즈 환자로 공식 등록된 외국인은 각국에서 격리 수용하고 있지만 이보다 최고 10배까지 많은 것으로 알려진 비공식 에이즈 환자와 보균자의 입국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
국립보건원 방역과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강제로 에이즈 검사를 받게 할 수는 없다”며 “감염 경로가 1%만 늘어도 에이즈 환자가 수십배 증가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예방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2000년 호주 시드니올림픽 당시 각국 윤락녀들이 원정 매춘 활동을 벌였다는 첩보에 따라 월드컵 기간에 국내의 외국인 윤락녀를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관련 단체의 활동〓정부의 특별예산에서 지원금을 받은 에이즈 관련 단체들은 홍보를 통한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회장 김정순·金貞順)은 월드컵 기간에 각국 취재진에게 에이즈 화형식 등 홍보행사를 선보이고 국내외 동성애 단체가 함께 에이즈 예방 캠페인을 벌이도록 할 계획이다. 또 외국인용 관광 안내 책자에 에이즈 예방 정보도 추가하기로 했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회장 정광모·鄭光模)는 국내 월드컵 경기장 10곳에 이동식 교육 차량을 설치해 콘돔을 무료 배포하고 즉석에서 에이즈 관련 상담과 검진도 받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또 숙박업소와 유흥업소, 윤락가 등에 외국어로 제작된 에이즈 예방 홍보물도 배포할 계획.
서울 영동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송영구(宋英求) 박사는 “월드컵과 같은 국제행사를 통해 외국인과의 교류가 많아지면 에이즈 감염 위험은 자연히 커질 수밖에 없다”며 “에이즈에 대한 지식을 제대로 알아야 콘돔 사용 등 예방법을 몸으로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