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금자(裵今子) 변호사는 월간잡지 ‘시민과 변호사’ 1월호에 실린 ‘검사의 언론 상대 명예훼손 소송을 반대함’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한국 공직자의 명예훼손 소송이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위협,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적 가치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배 변호사는 “최근의 명예훼손 소송은 공직자의 승소율이 일반인보다 높고 배상액도 일반인보다 몇 배나 높다”며 “일부 인권단체와 시민단체들도 이런 소송을 앞장서 옹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 변호사는 “법원도 이런 소송에서 언론의 자유보다 개인의 명예를 우위에 두고 특히 공직자를 ‘더 보호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모든 움직임은 언론 자유를 위해 정부기관의 소송을 제한하려는 세계적 추세와 반대되는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이나 인도 등 외국에서는 정부기관의 명예훼손 소송 자체를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도 언론보도에 ‘현실적 악의’가 있음을 원고측이 입증하지 못하면 언론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배 변호사는 “외국에서도 민주주의가 덜 발전한 나라일수록 명예훼손 관련법이 공직자 부조리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막는 수단으로 남용돼 왔다”며 “검사들의 집단 소송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배 변호사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 부장검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유달리 검찰 관련 기사의 비중이 크고 취재 경쟁도 치열해 언론이 성급하게 의혹 부풀리기식 보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도관행 등을 간과하고 언론 자유만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 서울지법 부장판사는 “공직자가 명예훼손 때문에 보는 피해는 일반인보다 훨씬 클 수 있기 때문에 언론도 공정한 보도를 위한 견제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