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이에 따라 임대차 계약 내용 신고 의무화와 표준계약서 사용 의무화 등과 같은 대책을 내놨다. 비정상적인 시장 상황을 연출한 집 주인이나 부동산 업자를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지다.
▽임대차 신고 의무화〓집 주인이 주택에서 얻는 소득을 공개해 무리한 보증금 인상을 억제하겠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현행 임대차보호법에서 재계약 시 보증금 인상률을 제한하고 있지만 실제 보증금이 공개되지 않아 경제적 약자인 세입자들이 ‘눈물을 머금고’ 보증금을 올려주는 사례가 많았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전세금 인상을 부추기는 집 주인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세입자로부터 받은 보증금이 공개돼 많이 올려받으면 그만큼 세금을 더 거둬들일 수 있기 때문.
물론 집 주인이 세입자를 구슬려 실제보다 낮은 보증금을 신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인근 시세와 많은 차이가 날 경우 세무 조사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집 주인들이 허위 신고를 할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유통경로 투명화〓서울시는 집값 폭등의 진원지인 강남구 도곡동과 일원동 지역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에 대한 단속을 위해 지적과장을 반장으로 한 ‘특별단속반’을 10일 긴급 파견했다. 미등기 전매나 매물 감추기 등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불법 또는 탈법 행위를 하는 중개업소를 적발하려는 목적이다.
시는 그러나 이번 조치가 직접 단속보다는 무력 시위적인 성격이 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속반이 자주 나타날 경우 불법적인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것. 또 단속을 회피하기 위해 문을 닫은 업소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단속 대상으로 특별 관리할 방침이다. 불법 중개업소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들겠다는 것.
건설업체나 컨설팅 업체에 대한 단속도 실시된다. 시는 확정되지 않은 재건축 사업이 곧 시작될 것이란 헛소문을 퍼뜨리는 업체에 대해서는 시장 명의의 경고문을 보내 향후 시가 발주할 각종 공사나 용역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하고, 허위 과장 광고에 대해서는 고발하기로 했다. 국세청에 세무 조사를 의뢰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실효성은 있나〓임대차 신고 의무화의 경우 집 주인과 세입자가 결탁할 경우 실제 보증금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적 계약인 만큼 양쪽이 합의만 하면 언제라도 구청을 속일 수 있기 때문. 서울시는 세무 조사를 자주 하면 이 같은 부작용을 없앨 수 있다고 하지만 세무 공무원들이 집값 억제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효성은 의문이다.
신고 의무화에 따른 구청 업무의 폭증도 문제다. 현재 전국적으로 수백만 가구가 전셋집에 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신고에 따른 엄청난 비용 증가를 누가 부담해야하는지의 문제가 대두될 수 있기 때문.
악덕 업자 단속도 법적으로 문제삼을 수 있는 분야가 한정돼 있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많다. 소문을 내거나 매물을 회수하는 행위에 대한 위법성을 가리기가 힘들다는 점에서다. 물론 국세청 세무 조사로 어느 정도 억제는 시킬 수 있지만 완전히 근절시키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