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가 정관계 로비 의혹의 ‘몸통’ 에 근접하면서 연루 사실이 드러난 고위층 인사들의 말바꾸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이 사건도 99년 옷 로비 의혹 사건 의 재판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윤태식씨가 99년 당시 남궁석(南宮晳·민주당 의원) 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나게 된 경위와 관련된 해명들.
패스21의 급성장과 관련해 99년 당시 김정길(金正吉)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남궁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패스21 감사인 김현규(金鉉圭) 전 의원을 소개해준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수석비서관은 9일 오후 가장 먼저 확인을 요청한 본보 기자에게 “김 전 의원을 남궁 장관에게 소개해준 사실이 없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윤씨를 만난 사실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수석비서관은 몇 시간 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행정자치부 장관과 정무수석비서관 시절 김 전 의원의 소개로 윤씨를 두 차례 만난 적이 있다” 고 말을 바꿨다.
김 전 수석비서관의 말은 10일 오전 김 전 의원의 기자회견에서 다시 사실과 어긋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의원이 “김 전 수석비서관을 통해 남궁 장관을 소개받았고 그 뒤에 남궁 장관이 패스21에 찾아왔다” 고 말한 것. 그제야 김 전 수석은 “김 전 의원이 그렇게 말했으면 맞을 것” 이라고 시인했다.
김 전 수석은 처음에는 내가 남궁 장관에게 전화를 건 사실 자체가 기억이 나지 않았으며 10일 김 전 의원의 회견 이후 남궁 장관과 전화로 이야기하면서 내가 김 전 의원을 소개해준 사실을 기억하게 됐다 고 말했다.
남궁 전 장관 측도 거짓말 대열에 합류했다. 9일 오후 그의 보좌관은 “의원님과 이 사건과 관련해 여러 차례 얘기를 나눠서 내가 사실관계를 잘 알고 있고 내 말은 의원님 말과 마찬가지 라고 전제한 뒤 청와대의 누구에게서도 윤씨를 만나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 보좌관은 10일 김 전 의원의 발언으로 진실이 드러난 뒤에야 “당시 김 수석비서관이 전화를 걸어와 만나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맞다” 고 시인했다.
이런 정황으로 미루어 윤씨와 별다른 관계가 아니라는 박준영(朴晙瑩) 전 국정홍보처장의 해명에도 모순이 많아 언제 ‘거짓말’ 이 드러날지 알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