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실체] 실세 줄줄이 연루…청와대 치명타

  • 입력 2002년 1월 10일 18시 49분



‘윤태식 게이트’ 의 몸통 의 윤곽이 서서히 잡혀가고 있다.

‘수지 김 살해사건’ 으로 구속된 윤태식(尹泰植)씨는 98년부터 지난해 10월 검찰에 구속되기 직전까지 박준영(朴晙瑩·전 대통령 공보수석비서관) 전 국정홍보처장과 김정길(金正吉) 전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 등 정권 실세들을 상대로 직간접적인 청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종찬(李鍾贊) 전 국가정보원장도 98년 윤씨와 김영렬(金永烈) 서울경제신문 사장에게서 패스21 제품 시연회를 국정원에서 열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몸통 의혹=박 전 처장은 윤씨를 3, 4차례 만났으며 패스21 기술시연회도 주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윤씨는 박 전 처장에게 중학교 중퇴의 낮은 학력을 딛고 이 자리까지 왔다 고 말하자 박 전 처장이 나도 비슷한 과거가 있다 며 도와줬다 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윤씨의 평소 언행과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견해가 많다.

윤씨는 육사, 홍콩 중문대 등을 나왔다고 학력을 철저히 속여 심지어 패스21 감사인 김현규(金鉉圭) 전 의원도 윤씨가 구속될 때까지 윤씨의 학력을 정확히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불쑥 청와대를 찾아갔다는 윤씨와 이를 뒷받침하는 박 전 처장의 말도 믿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따라서 두 사람이 대가관계 등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진실 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정길 전 정무수석비서관 등의 석연치 않은 행적과 말 바꾸기 도 의혹을 더한다.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 정책기획수석비서관도 98년 말∼99년 초 김 전 의원을 청와대 공보수석비서관실 등에서 두 차례 만나 패스21의 기술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고 시인했다.

또 김원길(金元吉)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해 4월 박 전 처장의 소개를 받고 보건복지부로 찾아간 윤씨를 만났고 그 뒤에 패스21의 기술 시연회가 열렸다. 보건복지부는 시연회는 열렸지만 패스21의 기술이 채택되지는 않았다 고 밝혔다.

검찰은 박 전 처장 등이 윤씨에게서 주식 및 금품 로비를 받은 혐의나 단서는 포착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윤씨의 로비 행적을 감안하면 정권 실세들은 훨씬 강도 높은 로비 대상이 아니었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과 윤씨 유착 의혹=이 전 원장은 98년 10월 국정원장실을 직접 방문한 윤씨 등의 청탁을 받고 국정원에서 제품 시연회를 열도록 했다.

특히 이 전 원장이 이날 미국으로 출국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 원장 측은 국정원이 패스21의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을 납품받았고 이 전 원장은 2월 초 하와이에서 열리는 세미나 등에 참석하기 위해 예정대로 출국했다 고 밝혔다.

또 국정원 일부 직원이 윤씨 비호 차원에서 첨단 지문인식 관련 기술을 패스21에 제공했다는 의혹도 가시지 않고 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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