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처장은 오전 9시50분쯤 수행원 없이 서울지검에 도착해 일반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바로 6층 검사장실로 향했다.
그는 6층 복도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의혹을 빨리 해소하기 위해 출두했다”며 “윤씨가 혼자 청와대를 찾아와 만나게 됐고 현금이나 주식을 받은 적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 무렵 김대웅(金大雄) 서울지검장은 대검 정례보고를 준비하기 위해 차동민(車東旻) 특수3부장을 불러 보고를 받고 있었다.
김 검사장은 박 전 처장이 도착했다는 얘기를 듣고 비서실 직원들에게 “그 사람이 왜 여기로 오느냐”고 화를 내면서 차 부장에게 조사실로 데려가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비서실 직원들은 박 전 처장이 검사장실로 들어온다는 사실을 통보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지휘를 하고 있는 6층의 박상길(朴相吉) 3차장도 “어제부터 일부 언론에 자진 출두하겠다는 의사를 비쳤지만 이렇게 얘기도 하지 않고 나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차 부장은 박 전 처장을 12층 집무실로 데려가 잠시 면담했고 이 자리에서 박 전 처장은 “오늘자 신문을 보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자진 출두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처장은 약 5분간의 면담 직후 바로 특수3부 수사검사에게 인계돼 조사를 받았다.
이수형 기자 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