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검찰은 이들 가운데 누구도 대가성 있는 주식이나 돈을 받은 정황 및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씨는 정말로 정관계 실력자들에게 ‘말’로만 로비를 했을까.
윤씨와 김 전 의원 등이 이들을 만나거나 연락을 취해 집중적으로 로비를 벌인 시기는 98년 초 패스21을 설립한 후부터 지난해 10월 윤씨가 ‘수지 김 살해사건’으로 구속되기 직전까지.
이 기간에 이들 정관계 인사들은 대통령수석비서관, 장관, 국회 상임위원장 등 주요 직책을 맡고 있으면서 윤씨가 기술시연회를 열도록 도와줬거나 패스21을 방문했다. 또 일부는 패스21의 해외 사업설명회에 동행하기도 했다.
이들의 역할이나 영향력, 정부 내 비중 등을 감안할 때 ‘특별한 관계’이거나 ‘대가 관계’가 없으면 이런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검찰은 “정관계 인사들이 평소 알고 지내던 김 전 의원 등 정치인이나 언론인의 소개를 받아 사람을 만날 수도 있지 않느냐”며 “대가를 받았다는 단서가 나오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지금까지 로비를 받은 혐의로 구속된 청와대 정보통신부 재정경제부 중소기업청 등의 실무자급(2∼5급) 공무원들과 언론인 금융인 등에게는 예외 없이 주식이나 돈이 전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혐의 사실을 보면 윤씨가 청탁을 하면서 먼저 주식을 주겠다고 제의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또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을 산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은 경우 나중에 그 사람에게 돈을 줘 주식 매입자금을 보전해 준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다.
이에 따라 실무자급보다 훨씬 더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 정관계 실력자들에게 ‘말’로만 로비를 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