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총장의 측근 참모인 대검 검사장 가운데 일부는 이미 12일 오전부터 신 총장에게 “영장이 발부되면 용퇴하는 수밖에 없다”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동생 신승환씨의 범죄사실은 표면상 신 총장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할 수도 없다. 신씨는 개인적으로 이용호(李容湖) 지앤지 그룹 회장을 접촉해 금융기관 로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총장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거나 그의 이름을 팔고 다닌 증거도 파악된 것이 없다. 신 총장 자신도 지난해 대검 중앙수사부의 수사가 진행될 때 “자식도 마음대로 못하는 세상에 어떻게 동생 문제까지 책임지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영장 발부는 곧 신씨에 대한 대검의 수사 내용이 ‘부실’이었음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사 내용뿐만 아니라 수사 절차도 문제였다. 당시 대검 수사팀은 신씨에 대해 계좌추적과 압수수색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특별검사 수사에서 입증됐다.
대검 중수부는 군(軍)에 비유하면 총장의 직할부대나 다름없다. 부하의 잘못에 대해 지휘관이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신 총장은 당시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제 문제는 ‘동생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총장 자신의 문제’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신 총장 문제는 99년 5월 서울지검의 옷로비 의혹 사건 수사와 비슷한 측면도 있다. 당시 검찰은 김태정(金泰政) 법무부장관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가 고소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역’을 등장시켜 ‘연씨 빼돌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이는 곧 김 장관 몰락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영장 발부는 검찰 조직에도 큰 파장을 불러 올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후임 총장이 누가 될 것이냐에 대한 얘기가 나돈다.
지난해 수사를 담당한 대검 중수부 수사 라인에 대한 책임추궁 문제도 제기된다. 유창종(柳昌宗) 중수부장은 “책임을 지고 중수부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사 실무자들도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에 대해 가혹한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검찰의 한 중견 간부는 “지난해 수사는 신씨 부분을 제외하고는 잘 이뤄졌으며 신씨에 대한 수사는 수사 검사들 마음대로 진행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