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李容湖) 게이트’를 두번씩이나 수사한 검찰과 이를 이어받아 세번째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특별검사의 승패를 가를 ‘운명의 심판’이 시작됐다.
이 사건에 연루됐다가 대검 재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承煥)씨에 대해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가 진행된 것이다.
영장이 발부되면 신 총장의 사퇴는 물론 검찰 조직 전체에 일대 파란이 일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검찰은 물론 법원에서도 이견이 없었다. 하루 전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씨는 서초경찰서 유치장에서 이날 오전 10시경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짙은 감색 양복 차림에 수갑을 찬 모습으로 호송 경찰관들과 함께 나타난 그는 긴장한 듯 굳은 표정에 며칠 동안 계속된 조사 때문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이씨를 위해 로비를 벌였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들어갔다.
이어 이상수(李相樹) 김원중(金元中) 두 특검보가 나타났다. 이들은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말할 입장이 아니다”며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셨느냐”는 질문에도 묵묵부답.
신씨 변호인으로는 서울지검 남부지청 부장검사를 끝으로 97년 개업한 원용복(元容福) 변호사와 서울지법 부장판사 출신의 장용국(張容國) 변호사가 나섰다.
담당 판사는 당직판사인 서울지법 형사13단독 윤병철(尹柄喆) 판사.
실질심사 초기부터 두 특검보와 변호인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쟁점이 된 부분은 신씨가 지앤지(G&G) 그룹 이용호 회장에게서 받은 5000만원의 명목과 사용처.
김 특검보가 또렷한 목소리로 꼼꼼하게 추궁했다.
신씨는 “지난해 5월 이씨에게서 사장 자리를 제의받고 취직하면서 받은 5000만원이 ‘스카우트비’라는 구체적인 말은 없었다”면서 “당시 신용불량자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씨에게서 돈을 빌린 뒤 개인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구조조정회사의 사장으로서 업무 특성상 내근보다는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만나는 일이 많았지만 이씨를 위한 청탁이나 로비를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대한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검사들은 형에게 이씨 사건과 관련한 청탁을 할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았고 그들에게 사건 청탁을 할 생각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결과적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형에게 누를 끼치게 돼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검보가 숨겨둔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 신씨가 알고 지내던 김모씨에게서 변호사 선임 청탁과 함께 500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적이 있느냐고 추궁한 것. 대검 수사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다.
변호인이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특검법상 수사 대상은 제한돼 있습니다. 월권할 경우 서울고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걸로 압니다. 이씨에게서 받은 5000만원 부분 이외에 대해서까지 변호사법 위반 등을 거론하며 의혹만으로 장시간 구금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합니다.”
심문은 1시간 만에 끝났고 윤 판사는 영장 발부 여부를 놓고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검찰과 특검 모두에게 피 말리는 시간이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