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환 구속수감…신총장 퇴진 불가피

  • 입력 2002년 1월 13일 21시 40분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사퇴는 동생 승환(承煥)씨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되는 순간 이미 불가피한 수순이 돼버렸다.

검찰 내부에서도 동생에 대한 영장이 청구될 때 “총장 ‘사퇴 영장’이 청구됐다”는 얘기가 돌았다. 대검의 한 검사장은 12일 오전부터 신 총장에게 “영장이 발부되면 용퇴하는 수밖에 없다”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동생 신씨의 범죄사실 자체는 표면상 신 총장과는 관련이 없다. 신 총장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거나 그의 이름을 팔고 다닌 증거도 확인된 것이 없다. 신 총장 자신도 지난해 대검 중앙수사부의 수사가 진행될 때 “자식도 마음대로 못하는 세상에 어떻게 동생 문제까지 책임지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영장 발부는 곧 신씨에 대한 대검의 수사 내용이 ‘부실’이었음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사 내용뿐만 아니라 수사 절차도 문제였다. 당시 대검 수사팀은 신씨에 대해 계좌추적과 압수수색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특별검사 수사에서 입증됐다. 신 총장은 당시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장 스스로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도 있다. 신 총장은 특검 수사 착수를 전후해 “검찰 수사를 100% 자신하며 특검에서 나올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단언했다. 이제 그 말에 대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후임 총장이 누가 될 것이냐에 대한 얘기가 나돈다.

신 총장이 지난해 5월 취임한 지 8개월 만에 사퇴 위기를 맞게 됨에 따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인사가 다시 논란을 빚게 됐다. 신 총장은 취임 직후 ‘원칙과 정도’를 복무 방침으로 정하고 특별수사청 설치와 검찰청법 개정 등 조직 및 제도 개선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잇따른 각종 게이트에 대한 축소수사 시비에 휘말려 위기를 맞았다.

또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한계가 있다는 등의 정치적 발언으로 야당의 반발을 사 탄핵소추안이 제출됐으며 여당의 탄핵안 표결 결과 감표 거부로 위기를 넘겼으나 동생의 구속으로 결정타를 맞았다.

한편 신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는 검찰 조직에도 큰 파장을 불러 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사를 담당한 대검 중수부 수사 라인에 대한 책임추궁 문제도 제기될 수밖에 없다. 유창종(柳昌宗) 중수부장은 “책임을 지고 중수부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이미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실무자들도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에 대해 가혹한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검찰의 한 중견 간부는 “지난해 신씨에 대한 수사는 수사 검사들 마음대로 진행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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