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간부 전원 심야소집…“신총장 사퇴 불가피” 결론

  • 입력 2002년 1월 14일 01시 03분


검찰 심야 비상대책회의
검찰 심야 비상대책회의
13일 오후 11시20분. 이중훈(李重勳) 대검 공보관이 대검 청사 별관 1층 기자실로 내려왔다. 그의 표정은 침통했다.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총장님께서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이 한마디를 하기까지 대검에서는 3시간 이상 진통이 계속됐다. 이날 오후 8시 김각영(金珏泳) 대검 차장은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承煥)씨가 구속됐다는 소식을 듣고 비상연락망을 통해 과장급 이상 대검 간부 전원을 대검 청사로 소집해 심야회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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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의 검사장과 3명의 기획관, 20여명의 부장검사가 속속 청사에 도착했다.

대검의 한 일반직 직원은 “10년 넘게 근무했지만 휴일 밤에 대검의 모든 간부들이 청사로 호출되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대검은 기자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조차 봉쇄했다. 팽팽한 긴장과 싸늘한 정적이 이어졌다.

회의에 참석한 일부 간부들은 회의 초반 “총장을 중심으로 단결해 위기를 극복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총장이 더 이상 직무를 유지할 수 없고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지경에 왔다”는 의견이 우세해졌다.

회의가 3시간 가까이 이어지던 오후 11시15분경. 신 총장이 대검에 사의 표명 의사를 알려왔고 대검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대검의 한 간부는 “검찰 위기라는 측면에서 보면 총장 사퇴보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선 이날 오후 5시50분경. 서울지법 형사13단독 윤병철(尹柄喆) 판사는 신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검 검사들은 “이제는 더 이상 내놓을 대책도 없고 총장에게 보고할 것도 없다”며 침통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일요일인 이날도 출근해 영장심사 상황 등을 체크하며 상부에 보고하고 대책을 준비해왔는데 영장 발부 소식으로 아예 ‘기력’을 잃은 듯했다.

한편 집에서 신 총장의 사퇴 소식을 전해들은 검사들도 한결같이 ‘유구무언’ ‘속수무책’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방의 한 검사는 “이제 정말 ‘정권’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받는 선배가 총장으로 부임해 조직을 안정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윤 판사는 “신씨가 받은 돈의 대가성이 인정돼 영장을 발부했으며 신씨가 검찰 간부들을 만났다는 국민적 의혹도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한 기준이 됐다”고 말했다.

영장이 발부된 뒤 신씨는 굳은 표정으로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면서 형인 신 총장을 의식한 듯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쳐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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