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일정기간 무제한 이용 승차권 5월말 발매

  • 입력 2002년 1월 14일 17시 51분


서울시가 이르면 5월 말부터 일정 기간 아무런 제한없이 지하철을 탈 수 있는 정기 승차권을 선보인다. 그러나 교통카드 보급 확산으로 지하철 승차권 이용 비율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승차권 징수기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한 정기권을 새로 도입하는 것은 예산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14일 월드컵을 맞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하철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는 23일 열리는 ‘시 교통정책상임위원회’에서 정기권 사용 기간과 가격 등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짓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시가 구상하고 있는 정기권은 △1일권 △3일권 △7일권 △15일권 △30일권 등 5종류로 티켓에 표시된 기간 중 무제한적으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하루 2번 이용하는 요금(600원×2회〓1200원)에 다소의 할증요금을 붙인 다음 이용 기간을 곱해 산정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일수록 기존 1회용 승차권보다 싼 가격으로 지하철을 탈 수 있게 된다.

시 관계자는 “프랑스 파리 등 유럽 도시들의 경우 지하철과 버스 등을 함께 탈 수 있는 정기권이 일반화돼 있다”며 “정기권 시스템에 익숙한 외국인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통 전문가들은 정기권 도입이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교통카드 사용 증가로 지하철 승차권 이용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상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정기권을 외국인의 편의만을 생각하고 발행하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라는 것.

황상규(黃常圭) 교통개발연구원 광역도시교통연구실장은 “지하철의 교통카드 이용 승객 비율이 최근 48%를 넘어서는 등 교통카드 보급이 확산되면서 승차권 이용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정기권을 새로 도입하기보다는 현행 교통카드에 정기권 기능을 새로 추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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