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1회용 비닐봉투 모아 中수출

  • 입력 2002년 1월 14일 17시 51분


“사용하신 1회용 비닐봉투를 버리지 말고 깨끗하게 모아주세요. 중국으로 수출해 돈을 벌어 되돌려 드립니다.”

일반폐기물로 소각 처리하던 1회용 비닐봉투 등 폐비닐을 재활용 품목으로 지정 수거해 중국으로 수출해 번 돈을 지역 주민에게 돌려주는 구청이 있다.

서울 성동구청은 96년 9월부터 이미 사용한 1회용 비닐봉투 등 폐비닐을 별도로 분리수거, 재활용업체에 판매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특히 최근 2년 동안 월 평균 30t을 팔아 연간 1300만여원의 소득을 올렸다. 특히 지난해 4월부터는 재활용업체인 강동자원을 통해 비닐쓰레기 전량을 중국으로 수출해 외화까지 벌어들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건비 때문에 불가능하지만 중국에서는 이 폐비닐을 이용해 빗물받이 파이프와 정화조 재료를 만든다.

강동자원 박종안 대표(55)는 “폐비닐이 재활용되는지 잘 몰라서인지 1회용 비닐봉투를 분리수거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전국에서 성동구청이 유일하다”면서 “수출을 더 할 수 있지만 물량이 없어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월 500t 수출계약을 했지만 현재 200t밖에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박 대표는 밝혔다.

또 성동구는 “국내 폐비닐 쓰레기는 보통 소각 처리하거나 매립하고 있는데 소각처리 비용은 t당 14만9000원”이라고 밝히고 “폐비닐을 수출하는 우리 구는 지난해 이 소각처리 비용으로 치면 5362만여원의 예산을 절감한 셈”이라고 말했다.

1회용 비닐봉투를 재활용 수출함으로써 토양과 대기오염을 줄이는 것은 물론 부수적인 재정수입과 소각처리 비용 절감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1회용 비닐봉투를 분리 수거해 재활용하는 작업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어렵게 모은 비닐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재활용 처리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비닐의 부피가 커 보관하기도 마땅치 않았다. 이때 한국플라스틱재활용협회에서 2000만원 상당의 폐니닐 압축기를 지원 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성동구는 비닐쓰레기 판매수익금으로 50ℓ 규모의 ‘재활용품 분리 봉투’ 9만장을 제작해 이달 말 일반주택 1가구에 1장씩 무료로 나눠줄 예정이다. 사용 중 찢어지거나 분실할 경우 새 것으로 바꿔주거나 다시 지급할 방침이다.

구 청소행정과 이호광 주임은 “아직도 1회용 비닐봉투 안에 음식물쓰레기 등 이물질이 들어 있어 이를 제거하는 데 많은 인력과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면서 “종이 유리병 금속류 플라스틱 페트병 등 재활용 5종의 쓰레기와 별도로 비닐쓰레기를 분리해 내놓아야 하는 주민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성동구는 24, 25일 충남 천안에서 환경부 주최로 열리는 전국 쓰레기종량제 담당 공무원 모임에서 성공사례 발표회를 갖는다.

환경부 폐기물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 1회용 비닐봉투 사용량은 160억장이며 이중 60억장이 쓰레기 매립지에 묻히고 있다”면서 “95년 쓰레기종량제 실시 이후 급격히 줄어들던 1회용 비닐봉투 사용량이 99년을 고비로 다시 늘고 있는 상황에서 성동구청의 폐비닐 수출은 모범사례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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