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누가 만드니?”
“나무들이요.”
“어떻게 알게 되었지?”
“나무들이 가지를 흔드는 것을 보았어요.”
“그렇게 하면 어떻게 바람이 만들어지니?”
“(피아제 얼굴 앞에 손을 흔들며) 이렇게요. 나무들은 더 크잖아요. 또 많고요.”
피아제는 면밀한 관찰을 통해 아이들이 독특하고 일관된 인식 구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른들이 보기에 틀린 대답도 사실은 아이들 나름대로의 논리와 이유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의 사고 능력은 이런 과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성장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의 이론은 오늘날 학교제도에도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 성장 단계에 따라 아동들이 생각하는 유형이 다르다는 사실에 입각해 유아교육 초등교육 중등교육으로 나눈 뒤 3∼5세를 유치원, 6∼11세를 초등학교, 12세 이상을 중등학교에서 가르치게 된 것이다.
그는 아이들이 스스로 법칙과 이론을 찾아내도록 기다리는 것이 ‘정답’을 가르쳐 주는 것보다 교육적으로 더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은 스스로 이론을 창조할 때만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너무 조급하게 가르치는 것은 그들이 스스로 재창조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방해가 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에게 과외를 통해 나중에 상급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미리 가르치는 것은 이들의 학습 능력을 키우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스스로 주도적으로 공부한 효과가 남이 떠 먹여 주는 과외보다 더 크고 오래간다. 자기 주도적 학습은 아이들의 머리 속에서 스스로 법칙과 이론을 창조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영재로 키우기 위해서는 유아기부터 영어나 셈 등 특별한 과외를 시켜야 한다는 이웃 엄마의 간곡한 충고(?)를 외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21세기에는 과외가 효과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교육적으로 아주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부모들은 명심해야 한다. 지식기반사회에서는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찾아내고 습득해서 그것을 재창조해 새로운 지식으로 만들어내고, 그것을 남과 공유할 수 있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 과외를 통해 남으로부터 지식을 주입 받는 데에만 익숙한 사람은 아무리 명문대를 졸업한다고 해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서남수 교육인적자원부 대학지원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