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고령군보건소에서 일하는 서영선(徐暎仙·49·사진) 간호사는 3년째 말기암 환자가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호스피스 활동을 하고 있다.
“주민이 4만명인 고령군에서만 1년에 60∼70명이 암 환자로 등록되고 있어요. 해마다 50명 가량이 암으로 세상을 뜨고요. 농촌이다보니 병원관리가 잘안돼 대부분의 환자가 방치되다시피해요.”
서 간호사가 호스피스에 나선 것은 99년 1월부터. 가정을 방문해 간호활동을 하던 중 말기암 환자들이 외롭게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호스피스 활동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대구 동산병원 호스피스팀을 직접 찾아가 호스피스 방법을 배운 뒤 종교인과 주민 등 70여명으로 호스피스 간호팀을 구성했다.
“말기암 환자는 너무 비참합니다. 가족도 가까이 하는 것을 꺼릴 정도예요. 죽어가는 이 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일은 누군가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는 겁니다. 어제 손을 잡아준 환자가 다음날 방문해보면 숨을 거두곤 하는 모습을 볼 때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현재 고령보건소의 호스피스 간호팀이 돌보고 있는 말기암 환자는 57명. 일주일에 서너번씩 찾아가 통증을 줄이는 약을 쓰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마음을 주고 받는다.
“죽음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인생관이 바뀌었어요. 누구나 죽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절실히 느끼면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생기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고령〓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