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난해 12월 차 특검팀의 출범 당시 이를 바라보는 법조계 주변의 시각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검찰의 요직을 거친 거물급도,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것도 아닌 차 특검과 그 수사팀이 검찰의 결론을 뒤엎을 무언가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특검팀이 내놓은 결과는 의외였다. 특검팀은 신씨와 주변 인물들에 대한 꾸준한 계좌추적, 이씨와 주변 인물들에 대한 폭넓은 수사를 통해 신씨가 이씨에게서 받은 돈의 대가성을 입증했다. 신씨의 구속은 곧바로 형인 신 전 총장의 전격사퇴로 이어졌고, 신씨가 이씨를 만난 뒤 접촉한 검찰 간부들은 줄줄이 소환조사를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신씨를 통한 이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특검팀은 수사 착수 20일 만에 J산업개발대표 여운환(呂運桓)씨에게서 해외 전환사채(CB) 발행 주간사회사를 알아봐 주는 명목으로 1000만원을 받은 이기주(李基炷) 전 한국통신파워텔 사장을 구속하는 개가를 올렸다.
이런 성과는 이 사건 수사의 성격을 ‘정관계 로비 의혹’과 ‘검찰 비호 의혹’으로 크게 나눠 특별 수사관들을 특기에 따라 적절히 배치한 차 특검의 용병술이 적중한 결과로 보인다.
차 특검은 파견 검사나 검찰 출신들이 맡기엔 부담스러운 검찰 비호 부분은 변호사 출신인 김원중(金元中) 특검보와 변호사들에게, 정관계 로비 부분은 부장검사 출신인 이상수(李相樹) 특검보와 파견 검사들에게 전담시켰다.
무엇보다 특검팀이 새삼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원칙에 충실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다. 수사의 기본인 관련 계좌 추적이나 관련자 대질신문조차 하지 않은 검찰 수사와는 달리 ‘원칙대로’ 수사한 것이 결실을 보게 됐다는 것이다.
특검팀의 다음 성과를 기다리게 되는 이유 역시 ‘원칙과 정도에 따라 수사에 임하고 있다’는 특검 관계자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