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7시경 서울 은평구 역촌동 일명 ‘결핵촌’ 의 결핵환자 한완기씨(73)가 숨진 채 발견된데 이어 설영조씨(56) 등 9명도 설사와 고열 등의 증세를 보여 종로구 평동 적십자병원과 중구 을지로5가 국립의료원에서 각각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한씨 등은 15일 오전 10시경 결핵촌 근처 B교회에서 80대 남성이 가져온 결핵치료에 좋은 웅담으로 만들었다는 노란색 액체 100cc씩을 링거액에 섞어 맞았다.
약을 맞은 김정숙씨(62·여)는 “링거액을 맞을 때부터 몇몇 사람들이 심한 오한과 고열에 시달렸는데 이 노인이 ‘약의 효과가 그런 식으로 나타난다’ 고 해 그런 줄만 알았다” 고 말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 노인은 13일 “신문을 보고 딱한 사정을 알았다. 도와주고 싶다” 며 교회로 찾아와 교회측이 신도들 중에서 신청자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노인은 약을 맞은 뒤 환자들이 효과를 보면 그 때 돈을 받겠다고 해 약값은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수거한 약병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액체의 성분을 조사하는 한편 한씨의 사체를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결핵촌은 인근 결핵전문치료기관인 시립서대문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무연고 결핵환자 300여명이 사는 동네로 모 복지재단 이사장 이모씨가 장로로 있는 B교회의 도움을 받아왔으며 대부분 이 교회 신도들이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