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주사 맞고 결핵환자 숨져

  • 입력 2002년 1월 16일 18시 10분


서울 은평구 구산동 일명 ‘결핵촌’에 살고 있는 결핵환자 10명이 정체 불명의 주사약을 맞은 뒤 1명이 사망하고 9명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한완기씨(73) 등 10명은 15일 오전 10시경 결핵촌 근처 B교회에서 80대 남성이 가져온 결핵치료에 좋은 웅담으로 만들었다는 노란색 액체 100㏄씩을 링거액에 섞어 맞았다.

이후 이들은 설사와 고열 등의 증세를 보이다 한씨는 16일 오전 7시경 숨졌고 나머지 9명은 중구 을지로 6가 국립의료원 등으로 옮겨져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주사약을 맞은 김정숙씨(62·여)는 “링거액을 맞을 때부터 몇몇 사람이 심한 오한과 고열에 시달렸는데 80대 노인이 ‘약의 효과가 그런 식으로 나타난다’고 해 그런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80대 노인은 교회로 찾아와 “신문을 보고 사정이 딱한 것 같아 도와주고 싶다”며 효과가 있을 경우 돈을 받기로 하고 신청자를 대상으로 주사를 놓아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수거한 약병을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보내 액체의 성분을 조사하는 한편 숨진 한씨의 시체를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결핵촌에는 현재 무연고 결핵환자 300여명이 살고 있으며 대부분 B교회 신도이자 기초생활보호 대상자들이다.

결핵촌에 살고 있는 김모씨(53·여)는 “평소 월평균 20여만원의 지원과 약간의 진료 외에는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해 민간치료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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