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광주 서부경찰서 형사계 사무실. 택시강도 짓을 벌이다 이틀 전 경찰에 붙잡힌 서울 모대학 축구선수 강모씨(21·4년)의 아버지(51)와 어머니(49)가 함께 삭발을 한 채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강씨 등 5명은 대학 축구부 선후배 사이로 11일부터 14일까지 광주와 전북 전주 등지에서 6차례에 걸쳐 택시운전사를 흉기로 위협해 현금 42만원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강씨는 광주에서 고교 3학년에 다닐 때 대통령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최우수 선수상을 받은 유망주였다.
트럭을 운전하는 강씨의 아버지는 “고교시절 프로축구팀으로부터 억대 연봉 제의까지 받았지만 장래를 위해 대학에 보냈는데…”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어머니는 “부모가 사죄하는 모습을 보고 아들이 철 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남편과 함께 삭발하고 경찰서를 찾았다”고 울먹였다.
수갑을 찬 채 유치장에서 걸어나온 강씨는 삭발한 모습의 부모를 차마 볼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눈물만 흘렸다.
차남인 강씨 등 2남1녀를 둔 강씨 부부는 대학생인 세 자녀의 뒷바라지를 위해 집마저 팔고 지금은 사글셋 방에서 살고 있다.
4시간여 동안 ‘삭발 참회’를 한 뒤 경찰서를 나선 강씨 부모는 “아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새 사람이 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