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주사 범인 검거

  • 입력 2002년 1월 17일 02시 00분


서울 은평구 역촌동 일명 결핵촌 에 살고 있는 결핵환자 10명이 결핵 치료에 좋다는 정체 불명의 주사약을 맞은 뒤 1명이 숨지고 9명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한완기씨(73) 등 10명은 15일 오전 10시경 결핵촌 근처 B교회에서 80대 남성이 가져온, 결핵 치료에 좋은 웅담으로 만들었다는 노란색 액체 100cc씩을 링거액에 섞어 맞았다.

이후 이들은 설사와 고열 등의 증세를 보이다 한씨는 16일 오전 7시경 숨졌고 나머지 9명은 종로구 평동 적십자병원과 중구 을지로5가 국립의료원으로 옮겨져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약을 맞은 김정숙씨(62·여)는 “링거를 맞을 때부터 몇몇 사람이 심한 오한과 고열에 시달렸는데 80대 노인이 ‘약의 효과가 그런 식으로 나타난다’고 해 그런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6시경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자택을 급습해 용의자 강모씨(82)를 검거했다. 강씨는 “경찰에서 지난해 TV에서 결핵환자촌을 보고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놓은 주사는 그동안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수거한 약병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액체의 성분을 조사하는 한편 숨진 한씨의 사체를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로 했다.

결핵촌에는 인근의 결핵전문치료기관인 시립서대문병원에서 치료받은 무연고 결핵환자 300여명이 살고 있으며 대부분 모 복지재단 이사장 이모씨가 장로로 있는 B교회 신도로 교회의 도움을 받고 있다.

<민동용기자>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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