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도심 마을버스 내달부터 시내버스 전환

  • 입력 2002년 1월 17일 14시 13분


“경인전철 백운역에서 마을버스를 이용하는데, 마을버스가 시내버스와 똑같은 색을 칠해 헷갈립니다. 일일이 행선지를 확인한 뒤에야 버스에 오르고 있지요.”

인천 부평구 부평3동에 사는 곽경전씨(42)는 요즘 마을버스들의 ‘변신 바람’에 어리둥절하다.

“시내버스와 마을버스가 서로 노선이 틀리는데도 같은 번호를 달고 운행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시민 편의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행정당국과 버스업체가 요금 올리는데만 혈안이 된 느낌을 받습니다” 마을버스의 시내버스 전환을 앞두고 곽씨의 비판은 계속된다.

최근 인천시가 2월 1일부터 마을버스 대부분을 시내버스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발표하고 이어 마을버스의 색깔이 시내버스와 같은 것으로 바뀌자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또 마을버스의 노선이나 차의 크기는 그대로인데 시내버스로 전환한다고 요금만 60∼80% 인상될 예정이라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인천시 홈페이지(www.inpia.net)에도 곽씨와 같은 견해를 가진 넷티즌들의 비판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들이 최근 며칠 사이에 올린 글은 ‘인천시민 불쌍하다’ ‘마을 주민이 바보인가’ 등 수백건에 달한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등 시민단체들 또한 “인천시와 버스업체가 담합해 요금을 올리려고 마을버스를 폐지하려는 것”이라며 마을버스 폐지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인천시 입장〓인천지역의 마을버스가 2월 1일부터 시내버스로 전환되며 요금도 60∼80% 오른다. 인천지역에는 현재 64개 노선 411대의 마을버스가 있으나, 섬과 외곽 지역 등을 제외한 도심지역의 60개 노선 399대의 마을버스가 시내버스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마을버스가 시내버스로 전환됨에 따라 요금도 △어른은 400원에서 600원 △중고생은 250원에서 450원 △초등생은 150원에서 250원 등으로 인상된다.

인천시는 “마을버스 회사들이 적자 누적을 이유로 노선 폐쇄도 불사한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규정에 따라 시내버스로 전환해줄 수 밖에 없다”며 시민들의 양해를 구하는 설득작업을 하고 있다.

시는 마을버스 회사들이 시내버스로의 전환을 위한 요건을 모두 갖췄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는 입장. 인천시 조례 규정에 따른 요건은 △차량 40대 이상 보유 △교통카드시스템 설치 △노후차량 60% 교체 △냉난방 설치 등이다.

▽시민들의 반발〓마을버스의 운행 여건 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명칭만 바꿔 요금을 올리려는 처사를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평균 노선 길이가 마을버스 12.9㎞, 시내버스 48.5㎞이고 버스 크기 또한 마을버스 35인승, 시내버스 45인승 등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같은 요금을 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마을버스의 취지는 시내버스 노선이 존재하지 않는 코스를 운행하도록 한 게 아닙니까? 노선이 짧으므로 요금도 저렴했던 것인데, 이제와서 색깔만 바꾸고 시내버스로 통합하겠다니 말이 됩니까.”(회사원)

“마을버스에는 난폭운전자들이 많아서 승객들이 인상을 찌푸리는 일이 많은데, 어떻게 요금을 올릴 수 있나요.”(고교 1년생)

“서창동 마을버스는 정류장이 4개뿐으로, 다른 곳보다 노선이 엄청 짧습니다. 이 노선으로 600원을 받으려 하다니!”(주부)

네티즌들이 올린 글이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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