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구 부평3동에 사는 곽경전씨(42)는 요즘 마을버스들의 ‘변신 바람’에 어리둥절하다.
“시내버스와 마을버스가 서로 노선이 틀리는데도 같은 번호를 달고 운행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시민 편의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행정당국과 버스업체가 요금 올리는데만 혈안이 된 느낌을 받습니다” 마을버스의 시내버스 전환을 앞두고 곽씨의 비판은 계속된다.
최근 인천시가 2월 1일부터 마을버스 대부분을 시내버스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발표하고 이어 마을버스의 색깔이 시내버스와 같은 것으로 바뀌자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또 마을버스의 노선이나 차의 크기는 그대로인데 시내버스로 전환한다고 요금만 60∼80% 인상될 예정이라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인천시 홈페이지(www.inpia.net)에도 곽씨와 같은 견해를 가진 넷티즌들의 비판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들이 최근 며칠 사이에 올린 글은 ‘인천시민 불쌍하다’ ‘마을 주민이 바보인가’ 등 수백건에 달한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등 시민단체들 또한 “인천시와 버스업체가 담합해 요금을 올리려고 마을버스를 폐지하려는 것”이라며 마을버스 폐지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인천시 입장〓인천지역의 마을버스가 2월 1일부터 시내버스로 전환되며 요금도 60∼80% 오른다. 인천지역에는 현재 64개 노선 411대의 마을버스가 있으나, 섬과 외곽 지역 등을 제외한 도심지역의 60개 노선 399대의 마을버스가 시내버스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마을버스가 시내버스로 전환됨에 따라 요금도 △어른은 400원에서 600원 △중고생은 250원에서 450원 △초등생은 150원에서 250원 등으로 인상된다.
인천시는 “마을버스 회사들이 적자 누적을 이유로 노선 폐쇄도 불사한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규정에 따라 시내버스로 전환해줄 수 밖에 없다”며 시민들의 양해를 구하는 설득작업을 하고 있다.
시는 마을버스 회사들이 시내버스로의 전환을 위한 요건을 모두 갖췄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는 입장. 인천시 조례 규정에 따른 요건은 △차량 40대 이상 보유 △교통카드시스템 설치 △노후차량 60% 교체 △냉난방 설치 등이다.
▽시민들의 반발〓마을버스의 운행 여건 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명칭만 바꿔 요금을 올리려는 처사를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평균 노선 길이가 마을버스 12.9㎞, 시내버스 48.5㎞이고 버스 크기 또한 마을버스 35인승, 시내버스 45인승 등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같은 요금을 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마을버스의 취지는 시내버스 노선이 존재하지 않는 코스를 운행하도록 한 게 아닙니까? 노선이 짧으므로 요금도 저렴했던 것인데, 이제와서 색깔만 바꾸고 시내버스로 통합하겠다니 말이 됩니까.”(회사원)
“마을버스에는 난폭운전자들이 많아서 승객들이 인상을 찌푸리는 일이 많은데, 어떻게 요금을 올릴 수 있나요.”(고교 1년생)
“서창동 마을버스는 정류장이 4개뿐으로, 다른 곳보다 노선이 엄청 짧습니다. 이 노선으로 600원을 받으려 하다니!”(주부)
네티즌들이 올린 글이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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