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면허-검사제 '헛바퀴'…차량정기검사 10분만에 "끝"

  • 입력 2002년 1월 17일 18시 16분


자동차 운전면허제도와 각종 검사제도가 너무 형식적이고 허술해 제도로서의 실효성을 거두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불법행위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도로주행 운전교육에서 신체검사와 자동차 정기검사에 이르는 각종 검사가 대부분 요식행위로 실시되고 있는 게 현실. 전문가들은 제도 보완은 물론 당국의 관리 감독이 더욱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명무실한 각종 제도〓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도로주행 시험을 보기 전에 받도록 돼 있는 도로주행 교육이 대표적인 사례. 관련 규정에 따르면 응시자는 10시간 동안 도로주행 연습을 한 뒤 동승자의 확인을 받도록 돼 있다.

문제는 도로교통법 시행령이 ‘동종 면허를 딴 지 1년 이상 된 사람이면 누구나 동승교육을 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쉽게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친구나 친지에게서 3∼4시간만 동승교육을 받고도 10시간 교육을 받았다고 확인서를 받아 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면허계 최영석 경장은 “확인서를 일일이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솔직히 허점이 많은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정기적으로 안전검사와 환경검사를 받도록 하는 자동차 검사제도는 22개 항목 61개 분야를 검사하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형식적이다.

한 지정정비업소 소장은 “검사비 2만4600원을 받고는 제대로 검사하기 힘들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운전자의 편의를 위해 마련된 검사대행업체들 사이에서는 지정정비업소에 웃돈을 주고 검사도 받지 않은 채 서류만 받아주는 일명 ‘다찌검사’가 성행하고 있다.

면허시험 원서접수 때 받는 신체검사와 1종 면허 소지자가 7년마다 받는 적성검사도 형식적이기는 마찬가지. 시력, 색약(색맹), 청력, 사지 검사를 모두 받는 데 2분도 걸리지 않고 색맹검사의 경우 그림 하나만 판독하면 그만일 정도로 검사 자체도 허술하다.

▽제도 악용하는 불법행위〓17일 무면허 운전강사를 고용해 운전교습을 한 뒤 교습시간 등을 허위로 기재해 면허를 따도록 한 서울시내 무등록 운전학원 6곳이 경찰에 적발했다.

3일에도 같은 수법으로 1600여명의 교습생에게 확인서를 만들어준 무등록 운전학원이 적발됐다.

또 지난해 12월 중순에는 2만여대의 자동차에 대해 정기검사를 받은 것처럼 차량등록증을 위조한 지정정비업소 대표와 자동차 검사원, 검사 대행업체 대표들이 경찰에 구속됐다.

▽대책〓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명묘희(明妙喜) 연구원은 “3∼4시간만 연습하고도 합격할 수 있을 정도로 도로주행 시험이 너무 쉽기 때문에 동승교육이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도로주행 시험을 더욱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 연구원은 신체 및 적성검사에 대해서는 “신체장애가 있어도 운전할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시력검사를 제외한 다른 검사는 의미가 없다”며 “앞으로는 단순한 신체장애가 아닌 판단능력 장애 등을 검사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통개발연구원 설재훈(薛載勳) 연구원은 자동차 검사제도와 관련해 “검사 가격을 현실화하고 검사 항목도 더 세분화해 꼼꼼하게 검사하도록 해야 하며 정부의 감독도 더욱 엄격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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