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가 지난해 11월 방송채널정책을 발표한 후 디지털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전송 문제를 놓고 지역방송과 마찰을 빚는 등 뉴미디어 정책의 극심한 혼란을 초래했다. 이런 혼란과 마찰이 김 위원장의 사퇴에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여기에다 방송위 노조도 방송정책 혼선의 책임을 지고 김 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한데다 나형수(羅亨洙) 사무총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철회하는 등 방송위의 내홍(內訌)도 김 위원장의 사퇴 결정을 부채질했다.
방송가는 김 위원장 사퇴로 지난해 11월 발표된 방송채널정책 자체가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회 문화관광위가 16일 법안심사소위에서 방송위 결정과는 달리 KBS 2TV를 위성 재전송 대상에서 제외키로 합의함에 따라 위성방송정책의 재검토가 불가피하게 됐다.
또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말 방송위에 일련의 채널 정책 협의를 요청한 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도 16일 방송위에 “채널정책으로 인해 지역방송이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의견제시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방송 정책에 대한 리더십과 전문성 부족을 지적받아 온 방송위는 조직 및 인적 쇄신 등 대대적인 수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위 관계자는 “그동안 안팎에서 제기됐던 방송 정책 실명제와 방송위원 회의록 공개 등 보다 더 투명한 정책 및 집행을 위한 조치가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5년 넘은 산고 끝에 출범한 통합방송위원회가 내부 문제는 물론 방송사 등 이해당사자들의 압력에 흔들리면서 그동안 지향했던 정치적 독립성은 더욱 요원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성공회대 최영묵(崔永默·신문방송학) 교수는 “공보처 문화부 등 관 주도 방송정책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민간 합의제 행정기구로 탄생한 것이 방송위”라며 “방송위의 독립적인 정책 기능 수행을 위해 현재 여야 나눠먹기식으로 되어있는 방송위원 인선 방식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