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김종완 본사 독자서비스센터장》
-최근 각종 ‘게이트 사건’ 수사 기사가 보도되면서 연루 의혹을 사고 있는 인사들의 신원이 익명처리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때마다 독자들이 불만을 많이 터뜨립니다. 먼저, 국내 신문들의 평소 ‘익명보도와 실명보도’ 실태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양창순 위원〓신문들이 일관된 내부기준이나 원칙을 갖고 판단하는 것 같지 않다는 인상을 받는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마감을 빨리해 만드는 가판신문에 실명으로 보도됐던 것이 새벽 늦게 마감돼 가정에 배달하는 시내판에서는 ‘모 기업’ ‘모 인사’ 등으로 바뀌는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럴 때 서민들은 힘없는 사람만 실명으로 보도된다는 피해의식을 갖게 됩니다.
▽김영석 위원〓독자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가치와 관련 당사자의 인격권 존중이란 상반된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신문이 후자에 무게를 두고 선택을 바꾼 경우로 볼 수도 있겠네요. 결국 실명보도냐, 익명보도냐는 어느 것이 공공의 이익에 우월한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하는데, 이 때문에 언론인에게 고도의 전문성과 직업윤리의식이 요구됩니다.
▽이용훈 위원장〓요즘의 각종 게이트사건 기사를 보면, 아직 기사화하기에는 덜 익은 내용인데 수사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기사를 쓴다는 느낌도 듭니다. 관련 사실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고 소문의 수준인 상태에서 기사화를 위해 익명보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신문들이 어떤 원칙을 갖고 익명과 실명 보도 문제에 대해 일관성있게 대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까요.
▽이종왕 위원〓신문마다 실명보도에 대한 내부 기준이나 원칙이 다른 것 같아요. 동아일보와 B, C신문이 1월8일자에서 다룬 ‘패스21’사건 관련기사를 보면 동아일보는 연루 언론인과 국장급 공직자를 실명보도한 반면 다른 두 신문은 익명처리를 했습니다. 공인의 성격이 강한 사람들인 만큼 실명보도하는 것이 옳다는 동아일보의 판단이 전향적으로 보입니다.
▽김영석〓익명과 실명보도의 기준에 대한 명쾌한 정답은 없고 계속해서 사안에 따라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의 의식수준과 기자들의 윤리의식수준 사이의 어느 접점에서 그 기준이 설정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용훈〓우리 형법 307조는 사실인 경우라도 이를 공연히 적시하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요. 다만 그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는 예외지요.그만큼 공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인데, 반면 사인인 경우에는 사건 내용을 사실보도하는 것만으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굳이 개인을 실명보도해 인권침해의 시비를 낳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종왕〓실명보도는 역시 공인의 자리에 있거나 그런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해 엄격히 적용돼야 하겠지요. 특히 공직자는 품행이나 성향조차도 공직생활과 관련해 검증받아야 한다면 보도해야 합니다.
-일반시민의 생활정보와 관련한 기사에서도 종종 실명과 익명보도가 논란을 일으키는데 어떤 기준으로 보도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양창순〓가령 어느 업체에서 가짜나 불량식품을 유통시키다가 감독기관에 의해 적발됐다고 했을 때 우선 정보가 진실한가에 대한 확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고 나서 공공의 이익을 따져 실명보도 여부를 결정해야하는데, 식품에 관한 것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되도록 실명보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리〓김진경기자 kjk9@donga.com
▼본보 익명-실명 보도기준▼
일반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실명으로 보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당사자나 관련자에게 중대한 불이익이 예상되거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익명으로 보도한다. 사인(私人)이냐, 공인(公人)이냐도 변수가 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익명 보도를 원칙으로 하는 경우는 △미성년 피의자 △성폭행 피해자 △범죄 피해자와 신고자 및 고발자 △수사단계의 피의자 △자살 관련 당사자 및 가족 등이다.
익명으로 보도할 때에는 주소, 가족관계, 직업, 지위 등을 통해 신원이 추정되지 않도록 유의하고 있다. 종교단체나 사회단체 관계자도 단체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면 익명으로 보도할 수 있다.
사인이라도 △범죄 행위를 공개하는 것이 시사에 관한 포괄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하거나 △여론 형성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가 있거나 △정치적 성격이 강한 경우 실명으로 보도한다.
또 정치인, 고위 공무원, 법조인, 기업체 임원 및 간부, 단체 임원, 연예인, 유명 스포츠인, 기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크고 잘 알려진 인물처럼 공인이나 공인에 준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실명을 보도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범죄 내용이 진실하거나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따지고 본인의 반론을 함께 게재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권순택 사회부장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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