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충남 부지사 간부들 질타

  • 입력 2002년 1월 18일 20시 02분


"인사 청탁할 시간이 있으면 직속 상사에게 좋은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십시요."

최근 충남도청 내 각 사무실에는 이런 내용의 연초 첫 확대간부회의 내용이 청내 방송을 통해 흘러 나왔다.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이명수(李明洙) 행정부지사. 그는 심대평(沈大平) 지사의 회의 주재가 끝난 뒤 막 자리를 일어서려는 사무관급 이상 간부들을 다시 자리에 앉힌 뒤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

"부지사로 부임한지 5개월이 지났는데 낮에는 인사 청탁을 받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심지어 동일 인물에 대해 6, 7명이 인사 부탁을 해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타지역 출신 국회의원에서부터 충남도의원들까지…."

그는 "일부 공무원들의 경우 과연 봉사를 하려고 공직에 몸을 담았는지 계장, 과장이 되기 위해 공직생활을 하는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일부는 자신의 승진이 늦는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도지사를 포함한 지휘부는 직원들의 개인 역량을 대부분 파악하고 있으니 열심히 근무하면 됩니다. 어떤 사람은 인사가 있을 때마다 서로 데려가려 하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하고…."

이날 방송은 도중에 갑자기 중단돼 기자들의 항의를 샀다. 충남도측은 도지사의 공식 회의는 끝난 상태여서 중계를 중단된 것 같다 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다.

방송을 들은 한 공무원은 "공무원 사회의 인사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한 지적이라고 본다"며 "이 부지사의 이야기가 모두 전달되지 않아 아쉽기는 했지만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