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발굴 사업은 ‘1945년 일제 패망 직전 한 일본군 병사가 포탄 탄피에 넣어 전남 진도 앞바다 바위 동굴에 숨겨 놓았다고 알려진 보물’을 발굴한다는 내용으로 국가정보원이 2000년 1월 사업을 추진하다 포기했다. 지앤지 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씨의 삼애인더스는 2000년 11월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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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중수부는 지난해 11월경 이형택씨를 소환해 이용호씨가 삼애인더스 주가 조작에 이용한 보물 발굴 사업을 소개해 준 경위 등을 조사했지만 대가를 받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그러나 이번에 이형택씨가 2000년 11월 보물 발굴 사업자 3명과 함께 이익 배분에 관한 ‘매장물 발굴 협정서’를 작성해 법률사무소에서 공증까지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주가 조작 관여 혐의〓이형택씨와 보물 발굴 사업자들이 작성한 협정서가 입수됨에 따라 특검팀은 이형택씨의 보물 발굴 사업 소개와 주가 조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이형택씨가 보물 발굴 사업 단계부터 사업을 주도했다면 삼애인더스 주가 조작을 통해 차익이나 지분을 얻었을 개연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이 주목하는 대목은 이형택씨가 이용호씨에게 보물 발굴 사업을 소개해준 뒤 지난해 2월 삼애인더스의 주가가 3배 이상 치솟은 사실이다.
이용호씨가 주가 조작을 통해 얻은 시세 차익으로 정관계에 로비를 벌인 의혹도 받고 있어 이형택씨도 발굴 사업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가’를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정보원 개입 의혹〓검찰은 지난해 김형윤(金亨允) 전 국정원 경제단장과 국정원 직원 등 관계자 대부분을 불러 조사한 결과 김 전 단장이 보물 발굴 사업과는 무관하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이형택씨가 사건을 주도했을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재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형택씨가 보물 발굴 사업에서 이익을 취하려 한 점을 미루어 이용호씨에게 사업을 소개하는 과정 등에서 국정원의 정보를 제공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이형택씨가 보물 발굴 사업 정보를 김 전 단장에게서 제공받았는지, 또 김 전 단장과 고교 동문으로 알고 지내던 이용호씨가 국정원으로부터 보물 발굴 사업 관련 정보를 얻었는지 등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재조사할 방침이다.
▽이형택씨의 위증 혐의〓이형택씨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보물 발굴 사업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이형택씨가 체결한 협정서에는 발굴 수익의 15%를 이형택씨가 갖기로 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이형택씨가 사업과 관련해 ‘이득’을 얻으려 한 물증이 드러났고 특히 이익의 최대 지분을 이형택씨가 받도록 돼 있어 이형택씨가 위증을 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