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4부(구욱서·具旭書 부장판사)는 23일 이 사건에 대한 국회 청문회에서 옷값 대납 요구를 받았다고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최순영(崔淳永)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와 영기(英基)씨 자매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기각, 1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위증 혐의로 기소된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와 강인덕(康仁德) 전 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裵貞淑)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씩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객관적인 증거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정황과 진술의 신빙성을 근거로 실체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피고인들의 진술내용, 목소리 변화, 질문에 대한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씨 자매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배씨와 정씨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진상 규명을 갈망하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국회에서조차 거짓말을 한 배씨와 정씨에 대해서는 막중한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지만 정씨가 김태정(金泰政) 전 검찰총장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의 부탁을 받고 거짓말을 하게 된 점, 배씨의 건강이 악화된 점 등을 고려해 두 사람에 대한 형량을 낮춘다”고 설명했다.
99년 이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지검과 대검은 사건 실체를 각각 ‘이씨의 실패한 로비’ 및 김 전 총장을 낙마시키기 위한 ‘이씨의 자작극’으로 규정했으나 특검은 이씨의 진술에 비중을 둬 ‘포기한 로비’로 결론내린 바 있다.
위증 혐의로 기소된 연씨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를 포기해 판결이 확정된 상태다.
한편 이씨는 판결 직후 “죄를 짓지 않고도 구치소까지 들어갔다 왔지만 사필귀정(事必歸正)의 판결이 나온 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으며 배씨는 상고할 뜻을 밝혔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