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월급제 시행에 들어간 서울의 일부 택시업계 운전사들은 기존의 사납금제와 비교할 때 월급제가 별로 달라진 게 없다며 여전히 승차거부와 합승 등을 일삼고 있다.
사납금제는 매일 일정액을 회사에 내고 나머지는 운전사가 모두 갖는 방식. 반면 월급제는 운전사가 매일 번 돈을 모두 회사에 내되 90만원의 월급과 퇴직금을 받는 제도로 월 납부 총액이 23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액수에 대해서는 운전사가 60%를 갖는다.
▽합승과 승차거부 여전〓월급제를 시행 중인 한 택시운전사는 21일 오전 서울 강남에서 승객 양모씨(42·여)를 태운 뒤 “마포까지 미터기를 사용하지 않고 1만5000원에 가겠다”고 했으나 도중에 다른 승객 2명을 합승시켰다. 양씨는 “월급제가 되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는데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1월부터 월급제를 시행하고 있는 한 택시업체 운전사 박모씨(39)는 “합승을 해 회사 몰래 2만∼3만원씩을 챙기거나 장거리 손님을 골라 태워 미터기를 사용하지 않고 가 그 금액을 고스란히 챙기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운전사들은 사납금 대신 월 기준금을 채워야 하고 초과분도 전액이 아닌 60%만 받게돼 결국 합승이나 승차거부 등 편법운행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행 꺼리는 택시업체와 운전사〓지난해 11월 서울시의 권고에 따라 서울시내의 230여개 택시업체가 올 1월부터 월급제를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시행에 들어간 곳은 10개 미만에 불과하다.
택시업체들이 월급제 시행을 꺼리는 이유는 운전사들의 편법운행을 단속할 방법이 없고 그렇다고 놔두자니 회사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J택시 관계자는 “편법운행으로 자기 주머니만 채우는 운전사를 일일이 감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월급제가 회사와 운전사간에 불신감만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김성한(金聖翰) 정책국장은 “일일 사납금이 월 단위로 바뀌었을 뿐 운전사들은 사납금제와 똑같은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월 기준금이 있는 월급제로는 서비스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건설교통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택시업체의 편법운영과 운전사의 편법운행을 단속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면서 “업체와 운전사 모두 인식이 바뀌어야 이 제도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