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어렵게 출제돼 성적이 대폭락하자 입시를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걱정거리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신학기가 되면 각종 학습지가 쏟아져 나오지만 어떤 것을 골라야 좋을지 몰라 망설여진다. 남들이 좋다고 추천하는 것을 무조건 선택할 수도 없고, 광고를 많이 하는 학습지를 그냥 받아볼 수도 없는 일이다.
시험이 어려웠으니까 어렵게 공부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좋은 학습지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이것이 과연 내 수준에 적합한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조금만 생각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학습지 선택 요령을 소개한다.
▼너무 어려우면 금방 싫증·방문판매 과장광고 경계▼
▽너 자신을 알라〓‘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 좋은 학습지를 고르는 데 가장 필요한 전략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학년, 적성, 학습수준 등을 고려해 학습지를 골라야 한다.
‘단계형’ ‘진도형’ ‘창의형’ ‘문제풀이형’…. 우리나라는 가히 ‘학습지 천국’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참고서나 학습지의 종류도 많고 저마다 장단점이 있다.
우선 나의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가를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이 좋다. 너무 의욕이 앞서 어려운 학습지를 고르면 금방 싫증이 나고 실패했다는 좌절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문제 유형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은 문제 유형이 다양한 학습지를 고르는 것이 좋다.
이해력이 부족해 충분한 개념 설명이 필요한 학생은 해설 비중이 높은 학습지를 골라야 한다. 또 학교수업 진도조차 쫓아가기 힘든 학생은 학교수업 진도에 맞춰 나오는 ‘진도형’ 학습지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습 프로그램을 살펴라〓학습 프로그램을 살펴야 한다. 교재 한권 한권이 아니라 전체적인 학습 프로그램을 따져 보고 시작부터 마무리까지를 고려해 선택하면 좋다.
학습지는 입시정보, 스스로 풀기 힘든 문제에 대한 해설과 상담, 정기적인 평가나 모의고사 등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부가서비스를 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각 업체 연구진이나 교육전문가들을 비교 평가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학습지를 선택했을 경우 어떤 교사가 학습지를 만들고 방문지도를 할 것인지가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과장 선전을 경계하라〓소비자 입장에서 개별 교재들을 일일이 비교해 보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미 가입한 회원들로부터 조언을 듣거나 구입 전에 학생에게 직접 테스트를 해보게 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특히 방문판매 구입 때는 과장선전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학습자의 적성을 무시한 채 판매원의 말만 믿고 선택했다가 해약 과정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따라서 계약을 바꾸거나 쉽게 해약할 수 있도록 1년 이상의 장기 계약보다 단기 계약으로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계약서상에 학습방법, 지도시간 등을 반드시 명시해 사후 분쟁이 생겼을 경우 입증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안전하다.
▼인터넷으로 미리 체험을…편집-디자인 구성도 고려▼
▽간결한 학습지를 골라라〓학습지의 내용이 교과서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수능시험이 교과서의 기본 내용들을 바탕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교과서 내용을 무시하고 너무 어렵게 만들어진 학습지는 기본 개념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또 학습 내용을 간결히 정리한 것이 좋다. 설명이 지나쳐 필요 없는 내용을 중언부언하거나 유사한 문제를 너무 많이 수록한 학습지는 공부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고 학습부담만 늘려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사전 검색을 해보자〓요즘 대부분의 학습지 업체는 인터넷 교육홈페이지도 함께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 사이트를 두루 찾아 하나하나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한번 스치고 지나가면 ‘좋다’ ‘나쁘다’는 추상적 느낌만 남기 때문에 학생과 함께 학습지별로 채점표를 만들어 꼼꼼히 점수를 매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때 사이버 공간에서 제공되는 부가 서비스를 업체별로 비교해 보는 것도 현명한 선택법이다. 주기적으로 모의고사 서비스를 하는 곳도 있다.
▽학습지의 편집과 구성 고려〓학습지가 학생의 흥미를 유발하고 계속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는지도 관건이다. 내용이 아무리 충실해도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곤란하다.
캐릭터와 그래픽을 사용하는 등 편집과 디자인이 뛰어나면서 눈에 피로감을 덜 주는 종이의 질과 활자로 만들어진 학습지가 좋다.
대성학력개발연구소 이창섭(李昌燮) 출제관리실장은 “자신에게 맞는 학습지를 골라야 하고 학습지의 질이 중요한 만큼 어떤 기관에서 어떤 연구진이 만들었는지 신뢰성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며 “일단 학습지를 고르면 규칙적인 학습과 함께 늘 실전에 임한다는 자세로 공부해야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