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여대생 봉사자,"외국인 근로자로 우리의 이웃"

  • 입력 2002년 1월 23일 19시 18분


서울 성동구 홍익동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에는 여대생 자원봉사자가 많다.

유난히 밝은 표정의 박민선(朴玟宣·23·여·한국외국어대 태국어과 4년)씨도 이들 자원봉사자 중 한 명.

박씨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매주 일요일 이 센터에서 1시간 정도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인사와 자기소개 등을 우리말로 하는 태국인 근로자 20여명이 박씨의 ‘제자’들이다.

박씨는 1년 넘게 가르치다 보니 이제는 이들과 많이 친해졌다. “노래방에 가고 연극도 함께 보면서 정이 많이 들었어요. 나이 많은 아저씨들도 있지만 제 말을 잘 따라줘서 모두 친구나 이웃 같아요.”

급할 때는 자기 나라 말을 쓰기도 하지만 모두들 열심히 한국말을 배우고 있다며 학생들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지난해 말부터 자원봉사에 나선 박씨와 같은 과 친구인 안기영(安基英·24·여)씨도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가끔 밤늦게 전화를 걸어 ‘사소한 시비로 경찰서에 와 있으니 도와달라’는 학생 때문에 난감할 때도 있지만 모두 어린 아이처럼 순박해요.”

박씨와 안씨가 자원봉사에 나선 것은 태국어 실습도 할 겸 함께 자원봉사를 하자는 같은 과 친구의 제안 때문.

지금은 두 사람 모두 비할 데 없이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송년 모임에서 학생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선물해준 필기구 세트가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이라고 자랑했다.

박씨와 안씨를 포함해 현재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는 모두 16명. 대학생과 대학원생, 학원강사, 무역회사 직원 등이다.

한국어 강의와 인터넷교실, 상담 등의 업무를 나눠 맡고 있는데 베트남인, 태국인, 방글라데시인, 파키스탄인 등 이 센터를 찾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늘면서 바쁜 편이다.

서울시와 성동구가 예산을 지원하는 이 센터가 정식으로 문을 연 것은 지난해 12월 초. 그 이전에는 인근 성수공고 교실 등에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실’ 강좌 등이 개설돼 운영됐다.

현재 신청만 하면 이 센터의 강의실과 시청각실, 헬스장, 컴퓨터실 등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외국인 근로자가 100여명에 이른다.

구로구나 금천구 등 서울의 다른 지역은 물론 경기 안산시 등에서도 찾아오고 있다.

한국에 온 지 5년 됐다는 자키르 후세인(29·방글라데시)은 “선생님들은 우리를 친구처럼, 가족처럼 대해준다”며 “일요일 하루지만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씨와 안씨는 “외국인 근로자도 우리와 같은 젊은이들이고 자기 나라에선 엘리트인 사람도 있다”며 “이유 없이 이들을 낮춰 보는 선입견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음달경 대학 후배들에게 현재 업무를 맡기고 취업전선에 뛰어들 계획이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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