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씨 해군-국정원에 청탁

  • 입력 2002년 1월 23일 22시 02분


‘이용호(李容湖) 게이트’를 재수사하고 있는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은 23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해저 보물 발굴사업과 관련, 해군에 지원을 요청하는 등 이용호씨의 발굴 사업을 위해 실질적인 로비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팀은 또 2000년 1∼2월 국가정보원이 전남 진도 일대에서 벌인 보물탐사 작업도 이형택씨가 엄익준(嚴翼駿·사망) 당시 국정원 2차장에게 청탁해 이뤄진 것으로 보고 24일 김은성(金銀星·구속) 전 국정원 2차장 등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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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차장은 엄 전 차장 밑에서 대공정책실장으로 일하다 2000년 5월 엄 전 차장의 뒤를 이어 2차장직을 맡았고 지난해 12월 MCI코리아 소유주 진승현(陳承鉉)씨의 도피를 도와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따라서 특검팀은 김 전 차장이 국정원의 발굴사업 지원과 이용호씨의 삼애인더스 주가조작 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이형택씨의 요청을 받은 엄 전 차장이 김형윤(金亨允·구속) 당시 국정원 경제단장에게 지시해 탐사작업이 시작됐다는 국정원 자체 조사결과도 넘겨받아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이형택씨가 보물 발굴사업 수익금의 15%를 받는 대가로 해군과 국정원에 로비를 한 것으로 보고 금명간 이씨를 소환해 알선수재 등 혐의로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해군 관계자는 23일 “2000년 1월 중순경 이형택씨가 오승렬(吳承烈·현 해군참모차장) 해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을 만나 진도 남방 죽도 인근의 보물 탐사를 위해 해군의 잠수장비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오 제독은 ‘해군 장비를는 재난시 인명구조나 긴급 피해복구 등에 지원할 수 있으나 민간사업에는 도와줄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또 이형택씨가 2000년 11월2일 오세천씨 등 보물 발굴사업자 3명과 보물 발굴사업의 수익금 15%를 받기로 약정한 ‘매장물 발굴 협정서’가 언론에 공개된 21일 밤 오씨 등과 접촉, “2000여만원을 투자한 대가로 15%의 지분을 받은 것으로 하자”고 말을 맞춘 사실을 확인했다. 이형택씨는 실제로 한푼도 투자하지 않았다고 특검팀은 밝혔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이형택씨가 발굴사업에 참여한 신화건설의 22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산업은행이 재인수하고 한빛은행이 신화건설에 회사채 보증을 서주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한편 특검팀은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의 동생 신승환(愼承煥·구속)씨가 접촉한 전현직 검사 7명에게 보낸 서면질의서의 답변서를 검토한 결과 이들이 특검 수사대상인 이용호씨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이들에 대한 조사를 검찰에 맡기기로 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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