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 진짜 몸통은 누구…대통령 최측근에 의혹쏠려

  • 입력 2002년 1월 27일 18시 28분


‘이용호(李容湖) 게이트’가 ‘이형택(李亨澤) 게이트’를 넘어 ‘청와대 게이트’로 비화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씨가 이용호씨 주가조작의 빌미가 된 보물 발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기호(李起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통령 측근인사들에게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후의 배후 ‘몸통’은 누구?〓이 수석은 이형택씨에게서 보물 관련 정보를 듣고 엄익준(嚴翼駿·사망) 전 국가정보원 2차장에게 확인요청을 했다고 해명했지만 그의 말은 더 큰 의혹을 낳고 있다.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개입했겠느냐는 것이다. 대통령경제수석이 금융기관 간부에 불과한 ‘민간인’을 ‘대통령 처조카’라는 이유만으로 만나 민원을 듣고 그 민원 해결을 위해 국정원에 부탁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수석도 누군가의 지시나 부탁을 받고 이씨를 만나 그의 사업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형택씨도 이 수석을 막무가내로 찾아갔다기보다는 사전에 ‘통로’를 만들어 놓고 그를 통해 협조를 부탁한 뒤 이 수석을 만났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만일 누군가 이 수석에게 지시나 부탁을 했다면 그 인물은 누구일까. 야당과 특검 주변에서는 대통령 친인척 등 최측근 인사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데 만일 사실이라면 이 사건은 ‘친인척 게이트’로 발전할 수도 있다.

▽국정원장은 몰랐나?〓드러난 국정원의 개입 사실은 목포해양경찰서와 이수용(李秀勇) 해군참모총장에게 지원요청을 했다는 두 가지다.

두 사건의 종착점은 모두 엄 전 차장으로 돼 있다. 이 수석도 엄 전 차장에게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당시 국정원장은 “금시초문”이라며 모두 부인했지만 경제수석이 협조요청을 하고 국정원 차장이 다른 기관에 지원을 요청한 사안을 국정원장이 몰랐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월 사망해 ‘말이 없는’ 엄 전 차장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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