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실사는 서울대 규장각 학예연구사 등 국내 전문가 3명이 외규장각 의궤(儀軌) 도서 296권을 보관 중인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도서 현황과 보관 상태 등을 조사하는 것.
한국정부 관계자들은 “실사를 한다고 당장 어떤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실사도 여러 차례 해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외규장각 도서 반환 4차협상 직후만 해도 한국 측은 그 해 9월에 첫 실사를 벌인 뒤 가급적 빨리 프랑스가 보관 중인 유일본 어람용(御覽用) 의궤와 한국 측 소장 복본(複本) 비어람용(非御覽用) 의궤를 맞교환해야 한다며 서둘렀었다.
이에 반해 당시 4차 협상을 8개월이나 미룰 정도로 성의가 없었던 프랑스 측이 이번 실사를 앞두고는 오히려 “빨리 하자”며 서두르고 있다고 파리 소식통들은 전했다.
양국 자세가 이처럼 뒤바뀐 이유는 모두 국내 사정 때문. 4차 협상 이후 한국은 “도서 맞교환은 약탈을 합법화한다”는 계속되는 반대 여론 때문에 부담을 느껴왔다.
반면 한국 측 차세대 전투기(FX) 기종으로 자국의 다소사의 라팔을 밀고 있는 프랑스는 기종 선정 시기가 3월로 다가오자 조바심을 내고 있다. 프랑스는 한국의 고속전철 수주 경쟁 때도 자국의 TGV를 밀면서 ‘성의 표시’로 외규장각 도서 1권을 돌려주었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