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문들도 ‘두 사람을 잊을 수 없다’ ‘한일의 가교가 됐다’는 등의 특집기사를 통해 이들의 의로운 죽음을 추모했다.
▽합동위령제〓26일 오후 신주쿠(新宿) 페아레 신주쿠강당에서 열린 위령제에는 이씨의 부모 이성대(李盛大·62) 신윤찬(辛潤贊·51)씨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외상,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청장관 등 일본 정관계 인사와 최상룡(崔相龍) 주일대사, 일반참배객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조전을 보내 “두 사람의 희생정신은 아직도 우리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며 “이들의 용기 있는 행동은 현대사회에서 잊어서는 안될 소중한 것”이라고 치하했다. 다나카 외상은 울먹이며 “이씨와 같은 또래의 자식을 둔 부모로서 남의 일 같지 않았다”며 “한국에 가면 반드시 이씨의 묘소에 참배하겠다”고 말했다.
아버지 이성대씨는 “수현이는 양국 국민의 마음을 잇는 큰 일을 하고 갔다”며 “수현이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위령제 도중 일부 참석자들은 눈물을 훔쳤다. 위령제는 참석자 헌화와 추도가 합창으로 막을 내렸다. 추도가 ‘너를 잊을 수 없어’는 신주쿠 대중음악협회 회원들이 불렀다.
▽장학회 발족〓위령제에 앞서 이씨 부모가 기탁한 1000만엔과 일본인들의 성금을 모아 만든 ‘이수현 현창(顯彰)장학회’가 정식으로 발족했다. 이 장학회는 매년 일본에 유학 온 아시아 학생 100∼120명을 선발해 연간 30만엔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사고현장 헌화〓이씨의 부모는 이씨가 숨진 시간인 오후 7시15분경 신오쿠보역을 찾아 헌화했다. 어머니 신씨는 끝없이 눈물을 흘려 주위를 숙연케 했다. 아버지 이씨는 “수현이에게 이제 우리들 생각은 하지 말고 하늘 나라에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라고 빌었다”고 말했다. 어머니 신씨는 “여러분들이 수현이를 잊지 않는 한 수현이는 일본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두 사람의 죽음을 기려 역 구내에 설치한 동판 앞에는 30여개의 꽃다발과 종이학, 한국산 라면이 놓여 있었다. 또 승객들 중 상당수가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동판 앞에서 두 손을 모아 명복을 빌었다.
▽추모 음악회〓27일 오후 도쿄 아카사카(赤坂) 산토리홀에서는 ‘고 이수현·세키네 시로 1주기 추도 콘서트’가 열렸다. 재일동포 바이올리니스트 정찬우(丁讚宇)씨 등이 비발디의 사계와 임진강, 동심초 등을 연주했다. 주최측은 이 추모음악회를 매년 열기로 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