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전 차관은 검찰 수사에서 “기억이 없다”며 진씨를 만난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던 것과는 달리 이날 진씨와 점심식사를 함께 한 사실을 시인했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1부(박용규·朴龍奎 부장판사) 심리로 28일 열린 2차 공판에서 진씨는 “신 전 차관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금감원 수사를 포함해 여러 가지를 알아봐 달라며 최씨에게 현금과 달러 등 1억5900만원을 건넸다”며 “이후 최씨가 신 전 차관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돈을 소액으로 나눠 여러 번 전달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진씨는 또 “최씨가 신 전 차관과의 친분을 과시했지만 허풍이 심한 사람인 데다 실제 덕본 일도 없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신 전 차관이 직접 나서 “구치소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최씨와 함께 당신을 만난 기억이 있는데 그때 당시 사업 관련 얘기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진씨는 “그런 적이 없는데도 본의 아니게 저와 연루돼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 증인으로 나온 최씨는 “2000년 2월 서울 모 호텔에서 진씨와 함께 신 전 차관을 만나 3개의 봉투에 나눠 담은 현금 300만원을 전달했으며 신 전 차관은 이를 자신의 코트 주머니에 넣었다”고 진술하는 등 6차례에 걸쳐 1800만원을 건넨 사실을 시인했다.
최씨는 일부 금액에 대해서는 “진씨에 대한 금감원 수사 무마 청탁을 위해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일로 돈을 줬다”는 애매한 답변으로 ‘대가성’ 부분에 대한 검찰의 추궁을 피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