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위원장 조준희·趙準熙)는 지난해 10월30일 계씨의 민주화운동 관련자 인정 신청에 대해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보상금 지급을 기각하고 명예회복 판정은 보류했다.
이 법에 따르면 ‘1969년 8월7일(3선 개헌 발의일) 이후 활동자 중 민주화운동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부상한 사람과 이때 얻은 질병이나 후유증으로 사망한 것이 인정된 사람’만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된다.
이 같은 규정에 따라 보상위원회 산하 장해등급판정분과위원회는 계씨가 58년 얻은 폐결핵과 노환으로 사망했다는 이유로 보상금 지급 신청을 기각했다. 또 명예회복 부분에 대해서도 위원회는 ‘유죄판결, 해직 또는 학사징계를 받은 자에 한한다’는 법 규정에 따라 보류 판정을 내렸다.
계씨도 유죄판결을 받은 적이 있지만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인 보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다시 결정하기 위해 보류 판정을 내렸다는 것.
이에 대해 푸른정치연합 장기표(張琪杓) 대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69년 이후에도 폭행과 고문을 당하면서까지 몸을 혹사하며 민주화운동을 하시다 돌아가셨는데…. 도대체 왜 그런 법을 만들었으며 누가 누구를 심사한단 말인가”라며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또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白基玩) 소장은 “민주화운동은 역사가 판단하는 것이지 법 조항으로 규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계 선생의 경우 돈 몇 푼 때문에 법에 의해 농락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상위원회 조명우(趙明宇) 지원과장은 “계씨가 민주화 운동을 했는지 아닌지를 판정한 것이 아니다”며 “다만 ‘보상’에 그 목적이 있고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를 전문가가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판정을 내린 9인 위원회에 참여했던 이우정(李愚貞) 전 보상위원회 위원장은 “당시 위원들도 의견이 갈렸지만 전문가들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며 “그러나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은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광복 전 항일운동에서 3선 개헌 반대 투쟁, 김대중(金大中) 내란 음모사건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산증인이나 다름없었던 계씨는 생전에 늘 흰 고무신에 작업복 차림이었다.
한편 부인 김진주 여사(71)는 보상위원회의 보상금 지급 기각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28일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