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평균수명 11개월…업무 알만하면 "下車"

  • 입력 2002년 1월 29일 18시 22분


1·29 개각으로 현 정부 들어 7번째의 교육부장관이 나왔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재임 4년 동안 7번째 장관이 나왔으니 평균 8개월에 한번 꼴로 장관이 바뀐 셈이다.

1년 이상 자리를 지킨 경우는 이해찬(李海瓚) 한완상(韓完相) 전 장관 두 명에 불과하다. 역대 문교부 교육부 장관의 평균 재직기간 1년3개월과 비교해도 현 정부 교육부장관의 수명은 지나치게 짧은 셈이다.

건설교통부도 이미 지난해 9월 안정남(安正男) 장관의 퇴진으로 7번째 장관(임인택·林寅澤)이 탄생했다. 지난해엔 4차례나 장관이 바뀌어 건교부 공무원들이 한해에 5명의 장관을 모신 진기록이 수립되기도 했다.

이번 개각으로 통일부 법무부 노동부 보건복지부 등엔 6번째 장관이 들어섰다. 이들 부처의 역대 장관들은 평균 9개월 남짓 재임하다 물러났다.

현 정부가 배출한 장관은 모두 85명(장관급 직위 제외). 이번에 입각한 장관 8명을 제외한 현 정부 장관의 평균 재임기간은 11개월에 불과하다.

이는 △전두환(全斗煥) 정부의 18.3개월 △노태우(盧泰愚) 정부의 13.7개월 △김영삼(金泳三) 정부의 11.6개월 등 역대 정부 장관들의 평균 재임기간과 비교해도 가장 짧다. 그만큼 현 정부가 ‘단명(短命) 장관’을 양산한 것이다.

이중 43시간 만에 퇴진해 역대 최단명 장관 기록을 남긴 사람은 안동수(安東洙) 전 법무부 장관.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16일), 김용채(金鎔采) 전 건설교통(17일), 송자(宋梓) 전 교육, 안정남(安正男) 전 건교부 장관(각각 23일) 등 채 1개월이 안 되는 장관도 많았다.

잦은 개각과 단명 장관의 양산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충분한 인사검증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적 충성도’나 ‘정치적 배려’에 의해 사람을 써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 DJP 공조 등 정치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탓도 있다.

숙명여대 박재창(朴載昌) 교수는 “현대 행정에서는 인선 과정에서부터 정책집행 및 행정관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골라야 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고 자세히 검증하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서는 절름발이 인사가 매번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잦은 개각은 국가 주요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의 상실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통상 장관에 취임하면 각 실국별 업무파악에만 대략 6개월 정도가 걸린다”며 “대부분의 장관이 ‘수습교육’만 마치고 그만두고 마는 셈”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박재완(朴宰完) 교수도 “부처의 장관이 바뀌면 국장 과장 등도 바뀌게 마련이어서 정책의 전문성과 일관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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