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원(崔慶元) 전 법무부 장관은 29일 퇴임식에서 “법무 검찰 행정에 기대했던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떠나 자괴감과 안타까움이 앞을 가린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한 간부는 유임이 확실한 것 같았던 최 장관이 8개월여 만에 전격 교체되자 “또 다른 의미에서 자괴감과 안타까움이 앞선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충성문건’ 파문으로 이틀 만에 물러난 안동수(安東洙) 전 장관에 이어 최 전 장관이 임명됐을 때 대검의 부장검사는 골프에 빗대 “더블보기(안 장관 임명 실수)를 버디(최 장관 임명 성공)로 막았다”며 반겼다.
최 전 장관은 말 그대로 ‘대과(大過) 없이’ 법무 검찰 행정을 무난히 이끌어왔고 이 때문에 교체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검찰에서는 갑작스러운 법무장관 교체가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들에 대한 인사를 둘러싸고 법무부와 청와대 등 정치권 사이에 이견과 갈등이 심해지면서 전격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최 전 장관은 고검장 및 검사장 승진과 서울지검장 검찰국장 중수부장 등 중요 보직 인선 과정에서 지역색을 탈피한 과감한 인사쇄신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장관은 또 김학재(金鶴在)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대검 차장으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이 있자 이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검찰총장이 비호남 출신인 상황에서 경기고 출신의 법무장관 교체는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송정호(宋正鎬) 신임 법무장관은 전북 익산 출신으로 97년 대통령 선거 직전 ‘DJ 비자금 수사’ 착수 여부 결정을 위한 고검장 회의에서 ‘수사 불가(不可)’를 적극적으로 주장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검의 한 검사는 “대부분의 검사들이 인정하는 ‘최경원 장관-이명재 총장’ 라인으로 검찰이 바닥을 치고 ‘대세 상승’을 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법무 검찰에 대한 정권의 미련이 너무 강한 것 같다”며 “얼마 전에 퇴임하면서 검찰에 대한 권력의 간섭을 비판했던 심재륜(沈在淪) 전 부산고검장의 퇴임사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수형 기자 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