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민족시인,상화선생 고택 보존합시다

  • 입력 2002년 1월 29일 19시 10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를 쓴 민족시인 이상화(李相和·1901∼1943) 선생이 말년을 보낸 대구 옛 집이 도시계획상 도로개설 예정지로 지정돼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대구시민들이 보존운동에 나섰다.

대구지역 문인과 대학교수, 문화예술인 등 20여명은 28일부터 ‘상화선생 고택(古宅) 보존을 위한 100만 시민서명운동’을 펴고 있다. 이들은 조만간 ‘상화고택보존 시민운동본부’(가칭)를 결성해 보다 조직적으로 시민서명운동을 벌여 나갈 계획이다.

29일 대구 중구청에 따르면 중구 계산동 2가 84에 자리한 상화선생의 고택을 가로질러 너비 6m, 길이 136m의 도로를 내는 도시계획 결정이 최근 내려졌다.

구청 관계자는 “시내 중심가에 낡은 옛 집들이 몰려 있어 도시계획상 소방도로 개설이 불가피하다”며 “상화 고택이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는 한 주변에 있는 오래된 한옥 몇 채와 함께 2005년부터 철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화의 옛집은 대지 62평에 본채와 사랑채가 나어진 ‘ㄱ자’형 한옥으로 마당에는 감나무와 석류나무 3그루가 자라고 있으며 상화선생이 생활했던 당시의 모습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다. 현재는 이모씨(68·여)가 가족과 함께 40년 넘게 이 집에서 살고 있다.

상화선생은 일제 때 서울과 일본, 중국을 오가는 생활을 하다 말년에 이 집에서 2년 6개월 가량 살며 투병생활을 하다가 1943년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역 문화계 인사들은 “대구 중구 서문로 2가에 있던 상화 선생의 생가가 이미 사라진 마당에 시인의 고택이라도 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해야 한다”며 도시계획 재검토와 문화재 지정을 대구시에 요구하고 있다.

경북대 이상규교수(국어국문학)는 “서명운동이 마무리되면 상화기념관 건립을 위한 자료와 유품 모으기 운동도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정용균기자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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