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절 좀 입양시켜줘요"

  • 입력 2002년 1월 30일 16시 25분


‘누가 절 좀 입양해 주세요. 외국인이나 재벌이면 더욱 좋겠습니다.’

4일 공개 입양을 장려하는 시민단체 한국입양홍보회의 홈페이지(www.mpak.co.kr)에 한 여학생이 자신을 입양해 달라는 글을 올린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H중 3학년으로 확인된 김모양(16)은 ‘아직 꿈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참 많지만 내 꿈을 이루기엔 지금 우리 가정은 너무나 절망적’이라고 글을 시작했다.

김양이 밝힌 집안 사정은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운 상태에서 가족이 사기를 당했고 이후 어머니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전 성적도 나름대로 우수합니다. 어릴 때 피아노 전공이 꿈이던 저는 엄마의 사기사건으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레슨비가 장난이 아니더군요.’

김양의 담임인 최모 교사는 “김양은 전과목 평균 점수가 80점 이상으로 반에서 2, 3등을 할 정도로 똑똑한 학생이며 합창반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는 등 재능도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양되면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고 밝힌 김양의 글 곳곳엔 각박한 10대들의 정서도 그대로 나타나 있다.

‘단지 부모라는 이유로, 세상에 단 한 분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사랑해야 하는 게 싫고 입양이 안 된다면 전 정말 죽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외국으로 입양이 되길 바라요. 갑부나 재벌이면 더욱 좋겠고요. 나이가 너무 많은 게 아닌가 걱정도 됩니다.’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입양이 가능한 아동은 7세 이하로 부모와 호적이 없어야 한다.

최 교사는 “김양은 항상 밝고 명랑해 이런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며 “상담 등을 통해 김양이 절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입양홍보회 관계자는 “입양 부모들도 자녀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어렵고 자녀간의 갈등도 있을 수 있다”며 “김양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있어 스스로 조금만 노력하면 밝은 미래가 펼쳐지리라 확신한다”고 충고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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