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재단이 주관하는 ‘테크노포럼 21’의 기술인력분과는 각계 인사 18명으로 구성됐다. 산학연관(産學硏官)의 인적(人的) 네트워크로 매달 한 번씩의 모임을 통해 정책 및 사회적 대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30일 열린 첫 모임의 참석자는 김병호 고려대 공대학장, 윤대희 연세대 공대학장, 배광선 산업연구원장, 손욱 삼성종합기술원장, 김균섭 HSD엔진 대표, 이재관 제일제당 부사장, 강무섭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박병원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이현재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국장 등 13명.
▼관련기사▼ |
- 기업들 과학기술인력 수급비상 |
▽기업들 연구인력난 극심〓선박 엔진을 만드는 HSD엔진의 김균섭 대표는 “이제는 단순 기술직이 아니라 기업의 기술혁신을 담당할 고급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SD엔진의 경우 지난해 6000억원의 매출액 중 10%인 600억원을 핵심기술에 대한 로열티로 지불했다. 90%의 부품이 국산화됐지만 나머지 10%의 부품값과 로열티가 엄청나서 국산화하지 않고는 더 이상 수익성을 늘리기 힘들다는 것. 대학에 몇 년간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고 최고 1억원의 성과급을 제안해도 석사 인력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따기라는 것. 지방의 중견기업이기 때문. 석박사들은 70∼80%가 대학으로 간다.
▽공급자 위주의 교육〓강무섭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은 “기업과 대학 사이에 인력수급이나 교육, 진로지도에 대한 정보교류와 의견교환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나 연구기관 등이 장단기 직업 전망을 내놓고 이에 맞춰 대학 정원을 조절해야 하는데 이런 기능이 없다는 것. 또 영국이나 호주처럼 산업별 협의체가 국가 직무표준을 만들고 이에 맞춰 대학이 교육내용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재관 부사장은 “기업은 전문지식과 사업능력이 결합된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공학과 경영학을 모두 전공한 인재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제일제당은 대학에서 산업미생물을 전공한 경영학 석사를 뽑으려 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고. 이에 대해 이현재 국장은 “한중일 테크노경영대학원을 설립하고 공과대학의 경영학 과목을 늘리는 등 다각적 대안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대학이 근처 산업단지와 연계한 특성화를 추진하기 위해 특정 학과의 정원을 늘리려 해도 교수들간의 갈등 때문에 나눠먹기 식으로 정원을 늘리게 되는 현실을 개탄했다. 교과서 중심의 공학 교육 때문에 신입사원은 1∼2년의 강도 높은 훈련을 거쳐야 제몫을 하는 등 교육내용도 개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예체능계 위장 교차지원도〓한양대 이영무 교수는 “최근엔 인문계 학생의 자연계 교차지원뿐만 아니라 예체능계로 시험을 봐 자연계를 지원하는 위장 교차지원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윤대희 학장은 “최근 일류대 공대의 경쟁률은 평균 1.3∼1.5 대 1로, 합격 후 다른 데로 가는 합격생을 감안하면 사실상 정원 미달”이라고 이공계 기피의 심각성을 밝혔다. 이날 공대 학장들은 “교육부가 법대나 의대는 전문영역이라고 대학에 맡겨 놓으면서 그보다 전문성이 높은 이공계 대학을 인문계와 같은 틀 안에서 좌우하는 것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사립대의 경우 정부의 재정 지원이 선진국의 15∼20%에 크게 못 미치는 4∼5% 수준이면서 대학의 자율 결정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광선 산업연구원장은 “이제는 입시와 경영 등을 대학의 책임에 맡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