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경제캠프 다녀온 한솔이양 "아빠가 고생해서…"

  • 입력 2002년 1월 30일 18시 43분


“물물교환 놀이를 하다가 보니까 물건의 가치에 대한 기준이 친구마다 달라서 필요한 물건을 제 때 교환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돈’을 만들어 사용했더니 굉장히 편하더라구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도초등학교 3학년 한솔아양(12)은 지난 주 4박5일 동안 충남 천안에서 열린 어린이 경제캠프에 다녀온 뒤 ‘돈’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캠프에서 한양은 친구들과 함께 가상의 시장을 만들어 실제로 물건을 사거나 파는 ‘시장놀이’에 참여하면서 경제의 원리를 깨닫게 됐다. 물물교환의 번거로움을 느끼면서 화폐가 왜 필요하고 얼마나 편리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한양은 친구 3명과 함께 미용실을 창업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초콜릿, 사탕, 장난감 등 ‘창업 자금’으로 받은 물건을 머리끈 가위 빗 등 사업에 필요한 ‘원자재’와 맞교환을 했다. 이렇게 사들인 머리끈이나 헤어젤을 이용해 친구들의 머리를 손질해 주었다. 과자 가게를 하거나 구슬을 꿰어 팔찌를 만들어 파는 친구들도 있었다.

“친구들이 머리 손질을 해달라고 한꺼번에 밀려들 때는 무척 힘들었어요. 아빠도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돈을 버신다고 생각하니 용돈이 아까워서 함부로 쓸 수가 없어요.”

한양은 용돈을 관리하기 위해 ‘용돈 출납부’를 만들어 사용 내역을 꼼꼼히 기록하기 시작했다. 학원 교통비 1800원을 포함해 1주일 용돈 5300원 가운데 교회 헌금, 학용품 구입비 등 지출 항목별로 액수를 꼬박꼬박 적고 있다. 남은 돈을 모았다가 설날 세뱃돈과 함께 저축하려고 최근에는 은행 통장도 만들었다.

한양의 꿈은 출판사를 경영하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업가가 되는 것. “공부나 열심히 하라”며 영어학원과 수학학원에 가기를 바라는 어머니를 졸라 경제캠프 참가를 허락받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솔아가 ‘CEO(최고경영자)’나 ‘마케팅’ 등의 경제 용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용어의 뜻을 정확히 알고 쓰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 말이라는 것을 아는 것을 보니 캠프에 보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머니 최기옥(崔基玉·44)씨는 “평소 아이가 경제현상에 대한 질문을 하면 설명하기가 쉽지 않아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며 “경제교육이 아이의 생활 습관도 고쳐주고 진로를 결정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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