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시 개복동 유흥주점 화재참사로 숨진 한 여종업원이 메모지에 남긴 글이다.
30일 경찰이 공개한 여종원들의 일기장과 메모, 수첩 등에는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하며 세상을 비관하는 내용이 많이 담겨 있어 이들의 힘겨웠던 삶을 보여주고 있다.
"모든 것이 짜증스럽다. 희망없는 미래, 어떻게 할까. 순수했던 과거로 다시 돌아갈수만 있다면…."
한 여종업원은 "술집 작부가 아닌 여자로 알아주니 고맙다"고 남자친구에게 보내는 연서를 남기기도 했다.
여종업원들은 대부분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불우한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밝혀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전남이 고향인 임모씨(24)는 어려서 어머니가 병으로 숨진 뒤 계모와 함께 살았으나 성격이 맞지 않아 항상 불화를 겪었고 집안마저 가난해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가출을 하기 시작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그녀는 2년 전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집과 연락을 끊은 채 사실상 고아처럼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에서 온 유모씨(22)도 사정은 비슷했다. 늦둥이로 태어난 그녀는 한창 부모의 사랑을 받을 어린 나이에 어머니(63)는 중풍으로 몸져 눕고 아버지(75)는 한평생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잇는 등 가난의 굴레를 벗지 못했다.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 일을 도맡아 하며 어렵게 고등학교를 마친 유씨는 "돈을 벌어오겠다"며 99년 서울로 갔으나 결국 싸늘한 시신이 돼서야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유씨의 어머니는 "성격도 활달하고 노래를 잘 해 친구들도 많았고 집에서도 효녀였다"면서 "따뜻한 밥 한번 먹이지 못하고 고생만 시켰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냐"며 절규했다.
역시 제주에서 온 한모씨(23)도 99년 제주의 한 대학에 합격했으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진학을 포기하고 서울로 갔다가 결국 윤락의 늪에 빠져든 것으로 전해졌다.
군산=김광오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