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김경일·金京一 주심)는 31일 의약분업에 반대하는 의사대회를 열었던 대한병원협회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을 중앙일간지에 공표하도록 한 조치는 위헌 소지가 있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전원일치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위헌 결정에 따라 이 조치를 규정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 27조는 효력을 상실, 법개정이 불가피해졌다.
재판부는 “공정위의 명령이 있을 때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자가 스스로 법 위반 사실을 인정해 공표하도록 강제한 현행법이 필요 이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단지 고발만 이뤄진 수사 초기단계에서 법원이 유무죄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행위자를 유죄로 발표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나고 형사절차에서 법 위반 사실을 부인하려는 행위자의 입장을 모순에 빠뜨린다”고 지적했다.
대한병원협회는 1999년과 2000년 보건복지부의 ‘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에 반대하며 주최한 의사대회를 공정위 측이 “의사들에게 휴업을 강요했다”며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로 규정, 수사기관에 고발하면서 4개 일간지에 이를 공표하도록 명령하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