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포럼]신일섭/전남도청 이전 주민투표하자

  • 입력 2002년 1월 31일 18시 12분


전남도청이 옮겨간다고 한다. 광주에 있는 현 전남도청은 지난 100여년 동안 남도의 중심축으로 자리해왔다. 하얀 도청 건물과 그 앞으로 쭉 뻗은 금남로는 그 자체로서 광주 전남의 역사와 전통을 상징하고 있다.

1986년 광주직할시로 승격되고 다시 광역시로 재편성되면서 광주와 전남은 별개의 행정단위로 나뉘어 살아왔다. 광주에서 도청 이전 논의는 93년 5월 김영삼 대통령의 ‘5·18민주화운동’의 명예회복 차원에서 비롯됐다. 도청이 80년 5·18 당시 광주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였다는 상징성 때문에 그 부지를 국가가 매입해 기념관으로 이용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도청 이전 장소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

이후 전남도의 ‘시도 통합론’과 광주시의 ‘통합불가론’으로 갈등이 심화됐다. 우선 시도통합은 안되더라도 도청은 광주에 그대로 두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던 것이 김대중 정부 들어선 지 4개월여 만인 99년 6월 전남도 의회가 무리하게 도청을 대통령의 고향 근처인 무안군으로 옮긴다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목포권으로 도청 이전이 결정되자 목포 무안 등 서부권을 제외한 전남의 동부 중부 북부 남부지역 70% 이상의 도민과 138만 광주시민 절대 다수가 이를 반대했다. 2000년 12월에는 광주와 전남 각계 각층의 지역인사들이 참여하는 ‘도청이전 반대 및 시도통합 추진위원회’가 결성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1일에는 도청 신청사 기공식이 거행되었고, 이어 12월 27일 국회에서 일부 이전 사업비 450억원이 통과됐다. 도청 이전에 대한 법적 행정적 절차도 모두 마무리된 셈이다.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의 시민과 도민들은 이에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그 결정에 시 도민의 진정한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으며, 민주적 절차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도청 이전에 따른 문제는 무엇인가.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행정기관의 이전과 인구 유출에 따른 광주 도심의 공동화 문제로 이는 지역경제의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둘째, 광주 전남은 소지역주의에 의한 지역갈등이 심화될 소지가 많다는 점이다.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을 이뤄 나가야 할 정치권이 작은 이익에 집착해 지역갈등을 조장하거나 방관한다면 스스로 그 책임과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다. 도청을 타지역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무리이지만 도청 이전을 통해 목포권 발전을 꾀한다는 논리도 억지 주장이다.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목포는 항구도시이자 서남 해안권 개발의 중심지이다. 그리고 중국을 향한 관문으로 부산의 경우처럼 국제자유무역 도시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도청 이전에 대한 주민 찬반투표를 통해 지역민들의 진정한 뜻을 헤아려 보는 것도 갈등 해결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광주와 목포권은 윈윈(win-win) 전략으로 공존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신일섭 호남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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