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앞엔 성역없다"

  • 입력 2002년 1월 31일 18시 23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이 갈수록 수사의 칼날을 예리하게 세우고 있어 그 끝이 어디까지 미칠지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현직 대통령의 인척을 처음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전날인 지난달 30일 밤 이씨가 각종 장부와 예금통장을 보관 중이던 신한은행 대여금고에서 사과상자 1개 분량의 물품을 압수했다.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지 않고 임의 제출 형식으로 물품을 가져왔지만 특검팀은 국민의 성원에 보답해야 한다며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수사팀 관계자들은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31일에도 “이형택씨의 서류 은닉과 자금 세탁 등의 의혹으로 미뤄볼 때 다른 증거물들을 곳곳에 분산해 숨겨 놓았을 가능성도 있다” 며 “이형택씨의 친척집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불가피한 것 같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 같은 특검팀의 행보로 볼 때 지금까지 성역(聖域)으로만 여겨졌던 수사 대상들이 특검 수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 ‘이용호(李容湖) 게이트’ 재수사에서 자주 거론된 권력 핵심층과 이형택씨 배후로 지목된 인사들, 임휘윤(任彙潤) 전 부산고검장을 비롯한 수사라인에 있었던 전 현직 검사와 금융권 고위 인사 등이 소환을 기다리고 있다.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承煥)씨에 대한 수사에서 안정남(安正男) 전 국세청장의 세금 감면 청탁 사건이 불거진 것처럼 누가 수사의 대상이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오직 특검법에 규정된 ‘이용호 게이트와의 관련성’만이 특검수사의 한계다.

특검팀은 1차 수사기간이 끝나는 8일 이전에 국가정보원과 해군 등 국가기관의 보물 발굴사업 개입 의혹과 권력형 비리의 진상을 최대한 밝혀낸다는 목표로 비상근무 중이다. 특검팀은 수사기간을 30일간 한 차례 연장할 것인지를 5일까지 결정해야 하는데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는 사건의 추세로 보아 수사기간 연장이 확실시된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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