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강제교육 물의

  • 입력 2002년 1월 31일 18시 31분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공무원의 의사전달 능력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4급(서기관급) 이상 본청 간부 전원을 대상으로 ‘스피치 교육’을 강제로 실시해 반발을 사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23일부터 본청에서 근무하는 4급 이상 간부를 상대로 오후 4시반부터 6시까지 열흘 동안 외부 강사를 초빙해 기초발성, 심리교육 및 자기주장, 스피치 훈련 등을 집중 실시하고 있다.

이번 교육은 간부들이 시의회나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의원들로부터 질책을 받는 것을 피해 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시교육청은 교육에 앞서 보낸 전자공문에서 “간부공무원들이 의회(국회 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 발언하거나 언론 인터뷰, 각종 행사, 회의, 연수 등에서 말할 때 간결하고 정확한 의사 전달로 교육시책의 투명성, 공개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이번 교육은 의무사항이므로 지각을 하거나 불참해서는 안 된다”며 “교육 성과가 좋을 경우 5급 이하로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 대상자인 교육청 간부들은 “의무교육이라 강의는 듣지만 문제가 많다”며 “말만 잘하면 유능한 공무원이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한 간부는 “시의회나 교육위원회에서 질책을 받는 것은 업무 파악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지 언변이 부족해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다른 간부는 “업무도 모른 채 말만 번드레하게 했다가는 더욱 혼쭐날 것”이라며 “바쁜 업무시간에 말하기 훈련을 시키는 것보다 업무에 열중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또 외부에 강사로 자주 초빙되는 교장 출신의 전문직 간부들도 교육에 참석해 발성 연습부터 다시 배우는 등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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