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영주 채영미씨 어머니 병수발에 치매노인 돌봐…

  • 입력 2002년 1월 31일 21시 11분


“엄마가 건강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경북 영주시 안정면 사회복지시설 장수마을에서 일하는 채영미(蔡英美·25·영주시 가흥1동)씨의 효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1996년 영주 동산전자여고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꿈꾸던 채씨에게 큰 불행이 찾아왔다. 아버지가 병으로 숨진데 이어 어머니(55)마저 중풍으로 쓰러진 것. 기초생활수급대상일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중에 가장 역할을 맡게 된 것.

채씨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하고 어머니 병 간호에 나섰다. 뇌 수술을 두 번 받고 병원에 입원했던 3년 동안 지극 정성으로 어머니를 간호했다. 채씨의 갸륵한 모습에 감동한 영주 장수한방병원은 3년간의 치료비를 받지 않았다.

그는 어머니 간호를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에서 틈틈이 공부해 지난 해에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땄다. 어머니 머리 손질을 더 잘 해주고 싶어 미용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지금까지 채씨가 딴 자격증만해도 한식조리사 워드프로세서 등 10가지.

“그래도 저를 늘 염려해주는 어머니가 계셔서 너무 다행스러워요. 힘들지만 어머니 건강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언젠가는 어머니와 활짝 웃을 수 있을 거예요.”

효심이 주위에 알려지면서 채씨는 지난해 8월 사회복지시설 장수마을에 직원으로 채용됐다. 취직한 뒤부터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어머니 아침밥을 차려주고 출근하는 그는 “어머니를 모시는 것처럼 이 곳에 계신 치매노인들을 돌본다”고 했다.

2월 영주시민대상을 받는 채씨는 “어머니가 건강을 회복하면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 쪽으로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주〓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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