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시 안정면 사회복지시설 장수마을에서 일하는 채영미(蔡英美·25·영주시 가흥1동)씨의 효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1996년 영주 동산전자여고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꿈꾸던 채씨에게 큰 불행이 찾아왔다. 아버지가 병으로 숨진데 이어 어머니(55)마저 중풍으로 쓰러진 것. 기초생활수급대상일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중에 가장 역할을 맡게 된 것.
채씨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하고 어머니 병 간호에 나섰다. 뇌 수술을 두 번 받고 병원에 입원했던 3년 동안 지극 정성으로 어머니를 간호했다. 채씨의 갸륵한 모습에 감동한 영주 장수한방병원은 3년간의 치료비를 받지 않았다.
그는 어머니 간호를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에서 틈틈이 공부해 지난 해에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땄다. 어머니 머리 손질을 더 잘 해주고 싶어 미용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지금까지 채씨가 딴 자격증만해도 한식조리사 워드프로세서 등 10가지.
“그래도 저를 늘 염려해주는 어머니가 계셔서 너무 다행스러워요. 힘들지만 어머니 건강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언젠가는 어머니와 활짝 웃을 수 있을 거예요.”
효심이 주위에 알려지면서 채씨는 지난해 8월 사회복지시설 장수마을에 직원으로 채용됐다. 취직한 뒤부터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어머니 아침밥을 차려주고 출근하는 그는 “어머니를 모시는 것처럼 이 곳에 계신 치매노인들을 돌본다”고 했다.
2월 영주시민대상을 받는 채씨는 “어머니가 건강을 회복하면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 쪽으로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주〓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